시 “병해충 피해 때문”
주민 “관리 소홀 탓” 지적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서 멀리에서도 보려고 놀러올 정도였어요. 여름엔 그늘을 만들어주고요. 그런 나무들이 한 순간에 뽑히니….”
2일 오전 기흥구 마북동 연원마을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 같이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전날인 1일 구청에서 ‘가로환경 개선공사’를 진행한다며 가로수로 심긴 30~40년 된 왕벚나무 32그루를 자르고 뽑았기 때문이다.
주민 이 모씨는 “지난해에도 왕벚나무가 병해충에 걸렸다며 몇 그루를 뽑아 주민들이 구청을 찾아 항의했었다”면서 “이 마을에서 벚꽃길은 자랑이었다. 수십 년 된 나무를 모조리 뽑으면서 주민들에게 설명조차 없었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인근 아파트에서 20년 동안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꽃봉오리가 꽉 들어차서 며칠 후면 벚꽃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꼭 교체가 필요했다면 일주일만 뒤로 미뤘어도 꽃은 피울 수 있었을 텐데 일방적인 행정처리가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 역시 “왜 가로수가 뽑혔는지조차 모르겠다”면서 황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수목 교체 용역을 맡은 사업체 관계자 최 모씨는 “잘려나간 나무 대부분 단면이 병해충 피해로 구멍이 나고 뿌리가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면서 “그대로 두면 강풍 등에 부러질 위험이 있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교체 시기는 새로 심을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시기로 시에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년 넘은 가로수 수십 그루가 전면 교체된 것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관리 소홀, 지나친 가지치기 등 행정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8월 해당 왕벚나무를 진단한 모 나무병원 관계자는 의견서에 “줄기 부패 주된 원인은 병해충 피해이고 그 외 피소 현상, 가지치기 후유증 등”이라고 남겼다. 피소 현상은 각종 영양상태와 유지 관리 잘못으로 나무의 껍질이 손상되는 증상이다.
기흥구청 산업환경과 관계자는 “2017년과 2018년 병해충 방제를 위한 작업 총 3건을 진행했지만 올 1월 병해충 피해가 심각해 교체를 결정했다”면서 “이에 대해 인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공문을 보냈지만 주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공지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