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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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반도체 클러스터 들어설 원삼면 현장을 가다

조성 예정지 주민·인근 농민들 기대·걱정 교차
고당리에 20여개 부동산중개업소 성황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 인근 원삼면 고당리 일대. 사진으로 보이는 도로 양 옆에만 부동산중개업소 3곳이 들어서 있다.

불과 3~4주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고급세단이나 외제차로 가득했던 도로 이면도로와 골목은 여전히 차량이 많았지만, 그 수가 줄었다. 고급 차량을 몰고 다니는 낯선 사람들 모습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불과 2~3주 사이에 보이지 않았던 부동산중개업소 수는 더 늘어난 모양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예정지 인근 처인구 원삼면 고당리 일대 모습이다.

원삼면 소재지인 고당리 풍경이 한두 달 새 달라졌다. 거리에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확정이나 환영을 알리는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내걸렸다.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 유치가 유력해지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역시 부동산이었다. 고당리에 부동산중개업소가 하나둘 문을 열더니 SK가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접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동산중개업소 수가 크게 늘었다.

3월 29일 현재 원삼농협과 원삼파출소 반경 200m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16곳이 들어서 있었다. 면 소재지가 있는 고당리를 비롯해 인근 사암리와 죽능·독성리 주요 도로로 한정하더라도 족히 40여 곳에 달할 정도다. 부동산중개업소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고당리 일대는 한 때 발 디딜 틈 없이 외부 차량으로 넘쳐났을 정도다.

공인중개업소가 늘어난다는 것은 부동산 투기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것. 이에 경기도는 지난달 15일 용인 원삼면 전 지역 60.1㎢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들떠 있던 분위기는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원삼면 고당리에 거주하는 홍모(76) 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인가 뭔가로 묶인 뒤에는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조용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일부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들은 얘기를 종합하면 “땅을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있긴 하지만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불과 몇 주 전만 해도에는 문의는 물론, 직접 와서 바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원삼면 일대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지로 낙점되면서 농지 가격이 2~3배 정도 급등하는 등 부동산 투기가 우려됐다.

 

클러스터 예정지 등 주민들 불안감 커

농지를 가진 주민들은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땅을 팔라고 권한다는 소식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일부 농민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부지에 포함돼 있는 죽능리 밭에서 만난 농민 부부는 취지를 듣기도 전에 나갈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인근 지역에 사는 농민은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왔는데, 반도체인지 뭔지로 땅을 잃게 생겼으니 그런 게 아니겠느냐”면서 “부동산 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와 귀찮게 해서 아마 또 토지를 팔라고 온 부동산 사람으로 생각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향을 등지고 어디론가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의 표현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부동산 투기(자)와 거리가 먼 농민들의 고충을 헤아릴 수 있었다.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겐 땅값이 오르는 것도,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것에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늘 그렇듯이 하루하루 땀 흘리며 살고 있고, 살아야 할 터전에서 계속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어하는 농민 부부의 바람일 것이다.

농민 부부처럼 원삼면 죽능·독성리 일대 주민들은 요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앞서 소식을 전한 홍모씨는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부지에 포함됐는지 알 수 없어 그저 걱정만 하고 있다”며 “집을 팔고 떠나건 남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니까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실제 독성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지인들 얘기를 들으면 부지 경계가 표시된 도면이 여러 장 나돌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수십 년 농사만 짓던 우리 같은 농사꾼들은 그저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내 땅이 수용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삼면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지인에 대해 경계하면서도 일부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처럼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은 대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정말로 나아질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땅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만 개발로 인한 혜택이 돌아가는 건 아닌지 혼란스럽다. 확실한 건 전형적인 농촌마을 원삼면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란 것이다.

죽능리와 독성리 취재를 위해 오가던 중 용인 3대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인 오희옥(92) 지사 주택에 시선이 갔다. 해당 주택이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48년 만에 꿈에 그리던 고향 땅에 정착했지만, 오 지사는 갑자기 찾아온 뇌경색으로 ‘독립운동가유공자’의 집에 제대로 거주해보지 못한 채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10개월 째 주인을 기다리는 사이, 다시 헐릴 위기에 처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527-5번지 주택의 운명에 자꾸 눈길이 갔다.

함승태 기자  stha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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