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동네방네 사람들] 쌀 기부천사 고재만·김수혜 부부

6년간 매달 60kg…기부 즐거움

죽전1동에서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혜(50,왼쪽), 고재만(50) 부부

따끈따끈한 밥 한 공기는 우리네에게 작지 않은 의미다.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고 누군가에게는 정이다. ‘밥심’이라는 말이 괜히 생겼을까. 힘들고 고단해도 밥 한 숟갈을 떠서 입에 물고 나면 그 힘으로 또 일어선다.

그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고재만·김수혜 부부는 6년 전부터 매달 60kg씩 쌀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모현읍에 위치한 작은 교회에서 점심을 먹는 취약계층의 모습을 보고 질 좋고 맛 좋은 쌀을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달 20kg 3포 씩 몰래 갔다 놨다. 고 씨가 어려운 시절 따뜻한 밥 한 공기로 버텼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2년 간 기부를 이어오다 거주지를 옮겨 더 이상 교회에 쌀을 갖다놓기 어려워지자 고 씨는 고민 끝에 자신이 운영하는 김밥집이 위치한 죽전1동주민센터로 무작정 전화해 쌀을 기부할 곳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고 씨는 이후 5년째 쌀 기부를 시작하고 있다. 처음 4년간은 얼굴을 알리지 않고 주민센터 앞에 10kg 쌀 6포를 몰래 갖다놨었단다.

“작년에 복지팀 직원분이 나와서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얼굴을 알게 되셨죠.”

처음엔 물론 고 씨 부부 역시 기부를 계속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다. 불안함에 ‘늘 사업이 더 번창해 더 많은 분들을 도울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단다. 그러나 고 씨의 김밥집은 15년 전 전주인에게 인수받을 당시 만해도 잘 나가는 가게는 아니었다. 인근 손님들에게는 오히려 맛 없는 집으로 소문난 가게였을 정도다. 그런 가게를 살린 건 고 씨 부부의 성실함, 진심, 정성이 통했기 때문이었다.

눈 오는 날은 주문 들어온 김밥을 배달하지 못할까봐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게에서 잠을 잘 정도였다. 음식은 곧 손님과의 약속이었다. 김밥집을 찾는 손님들이 남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잊지 않고 자신의 가게를 찾아주는 게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단다.

“가게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됐을 때인데 당시 젊은 엄마와 아이 손님이 많았어요. 손님이 김밥을 시켜서 아이에게 주는데 너무 커서 한 입에 들어가지 않는 거예요. 제가 한 입에 쏙 들어가게 꼬마김밥을 만들어서 그냥 드렸죠.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때부터 가게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고 씨의 김밥집이 인심도 좋고 맛도 좋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고 씨의 기도 덕분일까 진심 덕분일까. 인근 가게가 다 한번 이상 바뀌었지만 고 씨의 가게만큼은 15년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그의 기부 역시 단 한번 끊긴 적이 없다.

흔한 김밥집이라고 저렴한 재료에 대충 만든 음식을 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내산 1등급 수제 돈까스, 최근 도정한 질 좋은 쌀, 신선한 국내산 야채 등등 좋은 재료를 나름의 요리법으로 정성들여 만든단다.

수년간 쌀 기부를 해오면서도 단 한 번도 인터뷰는커녕 얼굴을 알리기 꺼렸다는 고재만 씨에게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물었다.

“제 사연을 보고 다른 분들도 기부의 즐거움을 아시길 바라요.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번 시작하면 놓을 수 없어요. 조금만 돌아봐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거든요. 쌀을 갖다놓을 때 정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받곤 해요. 이번 달도 질 좋은 밥 드시고 건강하시라고 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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