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중지우Ⅰ(花中之友)_53.0x45.5cm_Watercolor on paper

어느 봄날, 너무나 나른해 스르르 눈이 감기던 날, 그 긴장과 나른함을 동시에 깨는 꽃과 마주했다. 멀리서 느껴지는 고혹적인 능수매화의 향기! 매화는 그렇게 향기로 다가와 말한다. 긴 겨울이라는 터널을 지나오니 향기로운 봄이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꽃은 나의 깊고 무한한 추억의 심연 속에서 탄생했다. 어머니의 무명 행주치마 같은 찔레꽃, 삼라만상 위에 변화무쌍한 인간세계와도 같은 수국, 부귀롭지만 품위를 잃고 싶지 않은 모란,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리움의 대명사 도라지, 그리고 꽃 꽃 꽃···

꽃은 말없이 억겹의 삶을 바라보며 조용히 향기만을 내뿜으며 내 인생을 꽃길로 만들어 줬다. 복주머니는 행복과 신의와 사랑을 담으며 부귀로우나 품위를 갖춘 삶을 담고 싶은 염원에서 능수매화꽃과 함께 배치했다.

 

김영란

이번 호부터 ‘김영란의 향기가 있는 그림’을 연재합니다. 우리나라에 정원문화가 발달하기 전인 30여 년 전부터 수채화로 꽃을 그려온 김 작가는 우리나라 산야와 정원에 피는 꽃을 위주로 작가 노트와 함께 연재할 예정입니다. 수수꽃다리 갤러리 대표로 있는 김영란 작가는 현재 용인미협 부지부장, 한국 회화의 위상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내 인생의 수채화, 꽃의 유혹> <수채화로 쓴 일기> 등이 있습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