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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케일의 ‘Sensitive Kind’
  • 정재근(음악평론가)
  • 승인 2019.03.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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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예고 없는 이별처럼 황당하고 슬픈 일이 또 있을까요? 그것이 그냥 생활 속에서 있을 수 있는 이별이라면 그런대로 견딜 수 있는 아픔일 수 있겠지만,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남아있는 이로 하여금 황망함을 가져오지요. 그렇게 황망해하고 절망하던 마음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활 속에 녹아버려 점차 잊히고 마는 것을 보면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의 감성인 듯합니다.

그래도, 무언가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위해 후배들이나 동료들이 헌정하는 일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가끔 만납니다. 그중에 언뜻 생각나는 음악 작업으로는 나탈리 콜(Natalie Cole)이 아버지 냇 킹 콜(Nat King Cole)이 생전에 녹음했던 ‘Unforgettable’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혀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저세상에 있는 아버지와의 듀엣 곡을 만들어 헌정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도 김광석 헌정앨범 ‘다시 꽃씨 되어’에서 사용돼 큰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헌정’은 말 그대로 올려서 받친다는 뜻으로 무게감이 자못 대단한 것이기에 아무나 붙잡아놓고서 만들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최소한 헌정 대상자의 족적과 헌정을 하겠다고 하는 당사자들의 면면은 결코 녹록지 않은 위치에 놓여있는 실력자들이라는 것이 기본적 사항이랍니다. 그래서 필자는 누구 것이든 간에 헌정 곡이나 앨범이 나왔다 하면 우선 꼭 한 번은 들어보려고 관심을 갖고 있답니다.

그런 와중에 제게 걸린 앨범 하나가 있습니다. ‘에릭 클랩튼과 친구들 : The Breeze - And Appreciation Of JJ Cale’이라는 앨범이에요. 우선 에릭 클랩튼은 그동안 하도 많은 어르신들과 ‘프렌즈’라는 이름을 붙여 합동 앨범을 내놓았던 터라 ‘이번에는 또 어떤 어르신과 손을 잡았을꼬?’ 하는 마음이 들어 지나쳐 버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어랏 ‘Appreciation Of JJ Cale’이라는 표제에 눈이 확 가더라고요. 그래서 훑어봤더니 글쎄 몇 년 전 여름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에릭의 정신적 지주이자 음악적 스승인 J.J.케일에게 말 그대로 그동안의 가르침과 관심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은 헌정앨범이었네요.

아~ ‘J.J 케일’이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일반 팝 팬들에게는 크게 각인될만한 빅 히트곡이 없어서 잘 알려져 있는 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전혀 잔재주나 어쭙잖은 기교는 곁에 두지 않고, 텁텁하기도 한 소박함 그 자체의 연주로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그야말로 대중음악계라는 무림에서 그만의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던 고수 중에서도 최고수가 바로 그였습니다. 그동안 그와 교감이 아주 크다면서 큰 음악적 영향을 받았다며 존경을 표해왔던 에릭 클랩튼 이외에도 “지금껏 들어봤던 모든 뮤지션을 통틀어 J.J. 케일은 최고의 일렉트릭 기타리스트였다’고 말한 닐 영(Neil Young)은 물론, 톰 페티, 카를로스 산타나, 존 메이어 등 셀 수 없이 많은 쟁쟁한 뮤지션들도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한 그가 바로 J.J 케일이란 말입니다.

에릭 클랩튼에게는 그의 손꼽히는 명곡 ‘Cocaine’과 ‘After Midnight’을 만들어 줬던 ‘은인’이기도 하다 보니, 에릭의 머리에서 헌정앨범 생각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J.J. 케일의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탄 비행기 안에서 이번 앨범을 기획하기 시작해서 평소 고인을 흠모해 마지않았던 존 메이어 마크 노플러, 윌리 넬슨, 톰 페티, 그리고 돈 화이트 등 그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뮤지션과 함께 살아생전 J.J. 케일의 음악 중 총 16곡의 귀에 익은 곡을 골라서 록, 블루스, 컨추리 등 다양한 향기가 나는 헌정앨범을 꾸몄습니다. 그런데 헌정앨범에 참여한 이들이 워낙 대단한 사람들이라 그들의 색깔에 치우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냥 원곡에서 크게 벗어남 없이 참여 뮤지션들의 색깔도 제대로 살리면서, 기가 막히게 양쪽이 조화된 흐름으로 이뤄져 있는 꽤 괜찮은 앨범이 됐네요.

앨범에 있는 모든 곡이 다 보석 같지만, 그냥 스칠 수 없는 한 곡을 소개하라 하면 필자가 평소에 즐겨 들었던 블루지한 리듬에 로맨틱한 가사를 얹은 사랑 노래 ‘Sensitive Kind’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원곡에 황량한 느낌마저 얹어놓은 이 곡은 잘 알려지지 않은 코미디언이자 가수인 돈 화이트(Don White)가 불렀습니다. 반복해서 자꾸 들어도 기가 막히는 명곡입니다. 함께 들어보시지요.

* 돈 화이트의 ‘Sensitive Kind’ 들어보기

https://youtu.be/I8OhmTaNtRg

 

정재근(음악평론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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