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회화 전광영 작가 설립
“기본 충실한 미술관 될 것”

미술관은 작가와 작품, 관람객을 잇는 다리다. 작가가 온 힘을 쏟아 탄생한 작품은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조우한다. 작품이라는 창을 통해 작가와 관람객이 대면하는 순간, 그 의미 있는 일을 가장 효과적으로 치르기 위해 미술관은 작품의 위치, 조명, 각도까지 세밀하게 연출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립미술관은 부족한 재정과 인력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매년 지원금으로 운영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질 높은 전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피해는 결국 작가와 관람객인 시민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사립미술관의 이런 위기 속에서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수지구 고기동 사립미술관 ‘뮤지엄그라운드(관장 전용운)’다.

뮤지엄그라운드는 맛집과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고기동에 굽이굽이 좁은 길을 지나 들어가면 모습을 드러낸다. 총 3개의 전시실과 멀티 교육실, 야외 조각공원, 카페 등으로 구성돼 예술과 체험,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한지 입체회화로 국내외에 이름을 알린 전광영 작가가 설립한 사립미술관으로 운영은 차남 전용운 씨가 맡고 있다.

“인맥, 학연, 지연에 얽매지 않고 실력 있는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전광영 작가의 도전장은 그야말로 신선했다. 6곳이나 되는 미술관을 보유한 용인이지만 작가들이 전시할 기회를 충분히 얻기에는 늘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수지구 고기동 사립미술관 뮤지엄그라운드 전용운 관장

전용운 관장은 설립자의 뜻을 살려 외국작가와 한국작가의 합동 전시 등 실험적인 기획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작가 섭외나 작품 전시에 있어 철저히 관람객을 중심으로 한 기획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기본에 충실한 미술관이 되고 싶습니다. 미술관을 이루는 3가지 요소는 작가, 작품, 관람객이죠. 자칫 작가와 작품에만 집중하면 관람객은 소외되는 미술관이 될 수 있습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 편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를 만들려고 노력할 겁니다.”

뮤지엄그라운드는 미술관을 의미하는 뮤지엄에 땅, 대지를 뜻하는 그라운드를 합해 만든 이름이다. 미술관도 땅 위에 지어진 공간 중 하나이며 그 공간 속에서 예술과 자연, 인간의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어떤 전시도 아무렇게나 작품을 걸고 대충 선보일 수 없어요. 작품 하나하나가 그 자리에 놓여있는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죠.”

뮤지엄그라운드는 그 역할을 해줄 학예실장과 학예사 등 전문인력을 모두 정규직으로 구성해 연속성과 전문성에 집중했다. 일부 사립미술관이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학예사를 자주 교체하고 매년 지원금 사업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직원이 들어오면 전시 공간, 미술관의 성격, 지역사회 특징 등을 파악하는 데만 많은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학예사가 바뀌면 미술관엔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전용운 관장은 미국에서 광고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뮤지엄그라운드 로고를 직접 제작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갈 때 ‘이 영화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하지 않잖아요. 미술관도 마치 영화 보듯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전시만 보는 게 아닌 공간 자체를 즐겼으면 합니다. 언제든 휴식이 필요할 때 뮤지엄그라운드에 들러 작품과 함께 힐링 하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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