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절반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조사 거부
편법 폐원 방지, 에듀파인 안착 등은 과제

3일 수지구청에서 300여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한유총을 비판하며 개학 연기 철회와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주장하는 집회를 가졌다.

사립유치원의 개학 연기 사태가 4일 한유총 자진 철회로 일단락됐다. 용인 내 사립유치원 역시 5일부터 모든 유치원이 등원을 시작하며 우려했던 혼란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개혁의 필요성은 여전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사립유치원 사태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용인 지역 특징과 앞으로의 과제 등을 살펴봤다.

◇ 용인, 사립유치원 강세 증명 = 용인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이번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사태에서 용인은 전체 75개 유치원 중 36곳(48%)이 개학을 연기하거나 교육청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전체 유치원 대비 개학 연기에 동참했거나 응답을 피한 유치원의 비율이 50%에 육박한 지역은 도내에서 용인이 유일했다. 도교육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한유총이 연기 철회를 발표하기 전인 4일 오전까지 경기도내 개학을 연기한 사립유치원 71곳 중 26곳이, 무응답 유치원은 도내 45곳 중 10곳이 용인에 있었다.

용인에서 이번 사태에 이름을 올린 유치원은 150명 이상 대형 유치원이 60%인 21곳이었다. 100명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비율은 더 높아져 3곳을 제외한 33곳이 참여, 90%에 육박했다. 대부분 대형유치원이 주를 이루면서 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11월 교육청이 국공립과 사립유치원에 도입했던 온라인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역시 용인 지역은 경기도와 전국 평균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용인 사립유치원 참여율은 15.6%로 경기도 평균 참여율 46.9%와 전국 평균 56.5%에 한참 밑돌았다. 전체 77곳 유치원 중 기흥 8곳, 수지 1곳, 처인 3곳 등 총 12곳이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지구는 특히 참여율이 4.1%로 용인 내에서도 가장 낮았다. 교육부 방침에 정면 반기를 든 셈이다.

이런 결과는 사실 그간의 용인 상황을 종합해보면 새롭지 않다. 용인은 그동안 사립유치원의 세가 강한 곳으로 꼽혀왔다. 단기간 인구수가 급증한 용인시는 늘어나는 유아 수에 비해 국공립 보육시설의 수는 크게 늘리지 못했다. 150명 이상 대규모 원아를 수용할 수 있는 단설유치원은 동백에 1곳뿐인데다 병설유치원은 도내에서 가장 많지만 1~2개 학급 규모에 불과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늘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그 원인을 사립유치원의 강세에 있다고 보고 있다. 2015년에는 용인교육지원청이 수지구에 9개 학급 180명 규모의 단설유치원 신설을 도교육청에 요청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부결된 바 있다. 당시 교육청 심의 부결은 용인시 유치원연합회와 어린이집연합회가 심의가 있기 전 연합으로 반대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한 것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 국공립 확대, 편법 폐원 방지, 에듀파인 안착 남은 과제 =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국공립유치원의 확대에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3일 수지구청에서 300여명의 학부모들이 강하게 요구했던 부분 역시 ‘단설유치원 설립’ ‘국공립 확대’였다. 사립유치원의 세력에 못 이겨 단설유치원을 수요만큼 확대하지 못한 용인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부모들이 공개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 만큼 지자체와 교육청은 물론 정치권이 나서서 단설유치원 설립 추진에 힘을 실어야한다는 의견이다.

편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부 사립유치원 폐원도 해결해야할 과제 중 하나다. 사립유치원 특별 감사 결과가 공개됐던 지난해 10월 78곳이었던 용인 내 사립유치원은 3월 기준 75곳으로 3곳이 줄었다. 갑작스런 폐원 통보로 1월 학부모 시위까지 있었던 지예슬유치원은 현재까지도 폐원이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감사 명단 공개 이후 4곳이 폐원 수순을 밟은 셈이다.

폐원하지 않은 유치원 일부는 학원으로 전환을 추진 중인 곳도 있다. 폐원이 힘들어진 사립유치원 중 일부가 재원생 수를 줄이고 일부를 어학원이나 놀이학교 등으로 전환하는 등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기흥구 한 학부모는 “같은 유치원 내에 영어 학원을 만들고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라는 식의 통보를 했다”면서 “유치원 규모는 점차 줄이고 영어유치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설명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편법 운영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아이들이 받게 된다. 학원은 누리과정 등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수업료는 고스란히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만큼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에도 제한이 있다. 따라서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유치원에 대한 파악과 함께 감사 등을 통해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학부모 피해는 없었는지 등 교육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의 안착은 사립유치원의 투명 운영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도입 대상인 용인의 200명 이상 대형 사립유치원 27곳 중에서 24곳(88%)이 이를 도입하겠다고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기준 신청 유치원이 4~5곳이었던 데 비해 급증한 모습이다. 이는 경기도 74.2%, 서울56%, 전국 평균 83%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으로 이번 개학 연기와 철회를 거치며 사립유치원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지원청은 도입 대상이 아닌 2곳도 추가로 에듀파인 도입을 신청해 와 총 26곳이 도입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에듀파인 도입을 신청했다고 해서 확정이라 볼 수 없다. 용인 유치원 특성상 집단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15일까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면서 “도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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