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이제 봄이 오는구나 싶다. 강가의 버드나무 가지가 노란 빛을 띄고 있다. 작년, 붉은색으로 납작 엎드려 있던 풀에 초록색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베란다 화분에는 별꽃이 피고 진다. 시간은 정말 무섭게도 정확하고 거침없다.

봄에 가장 큰 꽃을 피우는 목련을 식물학에선 ‘원시적’이라고 표현한다. 꽃이 피는 식물 중 가장 오래전에 생겨난 식물이란 의미이다. 그 큰 꽃 가운데 화려하게 우뚝 선 암술과 수북한 수술이 굉장히 특징적이다. 그리고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는 ‘진화형’ 또는 ‘파생형’이라고 한다. 목련이 대표하는 식물 무리에 그 뿌리가 있고,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했다는 뜻이다. 국화는 여러 개의 꽃이 모여서 하나의 꽃을 이룬다. 그리고 수많은 열매를 맺는다. 씨앗을 많이 만들고 멀리 퍼트리는데 1등이니 식물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할 때도 가장 똘똘하게 변한 식물이라는데 동의할 것이다. 우리나라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는 ‘산국’이다. 꽃은 작지만 무리지어 피기 때문에 벌이 벌떼처럼 모여든다. 앞에서 말한 목련은 대표적인 ‘나무’이고, 국화는 ‘풀’이다. 우리나라에는 국화과(科) 나무가 없다. 세계적으로도 국화과 나무는 흔하지 않다. 정말로 국화는 진화의 끝인 풀일까?

산국

노란색 꽃을 피우는 우리나라 산국은 나무의 딱딱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산국과 비슷한 감국도,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국도 비슷하다. 땅에 가까운 부분은 제법 긴 부분이 나무처럼 튼튼하다. 그런데도 이런 국화들을 나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무와 풀을 나누는 조건이 있다. 겨울눈이 가지에 있으면 나무이다. 땅 근처 또는 땅 아래에 있으면 풀이다. 나이테가 생기며 부피 생장을 하면 나무이고 그렇지 않으면 풀이다. 산국은 겨울눈이 땅 근처에 있고, 부피 생장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풀이다. 애매한 구석이 있는 대나무를 보자. 줄기가 단단한 나무 모양을 하고 있지만 겨울눈은 땅 아래에 있고,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싹이 튼 후에는 줄기가 굵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풀이다. 이 조건에 맞춰보면 나무와 풀을 나누기는 생각보다 쉽다. 하지만 식물은 여러 형태의 나무와 풀이 있다. 나무에서 풀로 변하는 사이에 여러 형태의 나무풀 또는 풀나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풀이면서 좋은 나물 반찬인 고사리는 다른 열대지방에서 나무 형태로 자란다. 국화도 세계의 다른 기후대에서 드물게 나무 형태로 자라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나무국화를 볼 수 없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우리나라 환경에서 나무로 자라는 식물들은 참 대단하다. 추운 겨울이 되면 풀은 땅 위의 부분을 없애고, 땅 아래로 숨는다. 하지만 나무는 겨울을 이겨내고, 또 너무도 더운 여름을 견뎌낸다. 그래서 얻는 것이 나이테이다. 사람들은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어 나이테라고 부르지만 나무에게는 힘겹게 살아내는 날들의 기록이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와 풀이 있다. 2월 제주도의 유채꽃을 시작으로 3월 남쪽의 매화축제, 산수유축제를 기대해 본다. 등산복 입은 상춘객들의 행렬은 TV로 감상하고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 내에서, 뒷산에서 충분히 꽃축제를 누릴 수 있다. 그 때에 자신의 생명 한 줌 우리에게 먹거리로 내어줄 두릅나무, 회잎나무, 참가중나무와의 만남은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며칠 전에 먹은 참가중나무전이 생각나 마음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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