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sen Kirk의 유튜브 화면 캡쳐.

요즘에는 조금 활동이 뜸하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법한 가수와의 인연을 잠깐 이야기하겠습니다. 고등학교 선·후배 인연으로 필자가 다운타운가 DJ와 대학가 축제 MC로 나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후배는 무엇에 홀렸는지 거의 매일 찾아와서 음악을 선곡해 달라며 듣고 수습 DJ도 하고, 간혹 무대에서 노래도 부르면서 젊은 시절을 함께 보냈습니다. 긴 무명의 터널 끝 언저리에서 첫 음반을 취입했을 때, 필자는 그 음반을 들고서 여기저기 알만한 다운타운가 DJ를 찾아다니면서 그의 음악을 꼭 틀어주라고 강권했습니다. 다운타운가에서 알려진 그의 노래들이 빅 히트 하고서는 덕분에 필자도 함께 몇 번 TV에 출연했었던 일이 있었어요. 그렇게 곁에서 끌어주기도, 밀어주기도 하는 인연을 이어오면서 서로 나이 먹는 것을 잊고 있다가 문득, 우리가 벌써 이순(耳順)을 눈앞에 둔 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한번 같은 무대에 서서 필자는 예전처럼 사회를 보고, 그는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싱거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관객을 앞에 두고 무대에 올라서면, 생경한 풍경에 부딪는 그 긴장감으로 인해 진행멘트도 틀리고 행동도 버벅거렸던 옛 생각이 납니다. 그 무렵 가끔 뮤직박스 안에서 함께 듣던 곡이 도니 헤더웨이(Donny Hathaway)가 부른 ‘A Song for You’ 였습니다. 어쩌면 가사 내용도 그때 우리 처지와 비슷하던지. 원래는 ‘‘레온 러셀’’의 곡인데, 워낙에 도니 헤더웨이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잘 불러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얻은 가사 내용과 도니 헤더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설명해줬던 기억도 납니다.

도니 헤더웨이. 대중음악계에는 정말로 많은 천재적인 가수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곤 했지만, 이 사람은 ‘스스로 자기 목숨만 버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대중음악의 흐름은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라는 평이 많이 나옵니다. 일단 필자가 처음부터 도니 헤더웨이에게 관심이 갔던 이유는 예전에 국내에서는 피아노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매우 뜸해서 그랬는지, 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는 가수만 보면 일단 한 수 접어주었거든요. 물론 실력도 대단했던 가수들이었지만 레이 찰스나 스티비 원더가 그랬고, 엘튼 존이 그랬습니다. 그 중에서 필자는 도니 헤더웨이를 최고로 꼽았습니다. 피아노 음을 잘 선별하지 못하는 막귀를 가졌음에도 단순한 목소리 이상의 감동을 지닌 도니의 목소리와 어우러진 피아노 연주는 정말 착착 감기는 그런 맛을 느끼게 해주었지요.

25세의 나이에 데뷔하고서는 4년 동안 석 장의 정규앨범과 한 장의 라이브앨범을 발표하며 모든 점에서 동시대의 뮤지션들과 한 차원 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그는 소울의 큰 축을 이뤘습니다. 가스펠 싱어였던 할머니 손에 자라다 보니 본능적으로 익혔던 가스펠 분위기와 타고난 재능으로 3살 때부터 노래하고 피아노 연주를 즐겨 하며 팝 아티스트로서 기반을 닦았어요. 그는 정식으로 대학에서 음악수업까지 받고 난 다음부터 그야말로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준 격으로 거칠 것이 없었던 발전을 보여줬다고 하지요.

그러다가 그 유명한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눈에 띄어 많은 뮤지션들 앨범에 피아노 세션 작업과 프로듀서로 작업하면서 본격적인 대중음악계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데뷔를 하자마자 주목을 받게 됐고, 특히 대학 동기 로버타 플랙(Roberta Flack)과 함께 했던 노래들은 ‘더욱 기가 막히다’라는 말을 수없이 듣게 만들었어요. 자기만의 곡도 많이 불렀지만 라이브앨범에서는 커버 곡을 본인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서 오리지널 곡을 능가해 버리는 경우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캐롤 킹의 ‘You've Got a Friend’가 그랬고, 아레사 프랭클린의 ‘Baby I Love You’,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을 비롯해 존 레논의 ‘Jealous Guy’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로버타 플랙과 많은 음악적 견해로 충돌을 빚어 음악적 결별을 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두 사람의 하모니를 원했던 주위 도움으로 다시 두 번째 앨범을 내고 한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1979년 1월 어느 날, 도니 헤더웨이는 뉴욕에 있는 한 호텔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아 그 음악은 더 들을 수 없게 됐어요. 그로 인해 대중에게 조금 더 빨리 다가설 수 있었던 블루스와 소울은 잠시 숨을 고르게 됐답니다.

이번 호에 소개해 드릴 곡 ‘A Song for You’는 도니 헤더웨이의 재즈 분위기가 넘실대는 대표적 히트곡입니다. 필자가 글머리에 이야기한 그 가수와의 추억이 얽혀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워낙 잘 만든 명곡이라 비욘세, 레이 찰스, 휘트니 휴스턴 등 많은 가수가 불러줬지요. 듣다 보면 그 동안 마음의 불편함을 모두 벗어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돌아가게 만드는 곡, ‘A Song for You’를 들으며 차 한 잔 권해드립니다.

* 도니 헤더웨이의 ‘A song for you’ 들어보기
http://youtu.be/HeHiio1s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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