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꾸준히 성장 “프랜차이즈 오히려 인기 없어”
젊은 사업가 “수시로 오르는 임대료에 버겁지만…”

보정동 카페 거리에 들어선 편의점. 하지만 상인들은 카페거리가 독립된 공간이라 대형 프랜차이즈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색 있다고 찾아왔는데 다른 곳이랑 비슷해요” 지난해 가을 인천시에서 유명하다고 소문난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한 관광객의 하소연이다. 실제 즐비하게 들어선 상점 곳곳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게가 자리하고 있었다. 다양성보다는 대형화 돼가고 있는 현장이었다.

전국의 특색화 된 거리가 특색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말 용인의 대표 특색거리인 보정동 카페거리를 찾았다.

◇20여만에 전국적 유명세 타고 있는데= 기흥구 보정동에 조성된 보정동 카페거리. 2000년대 중반부터 죽전동택지개발지구 탄천변 일대에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됐다. 이후 2010년까지 100개 점포가 영업 중이던 것이 최근에는 139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명칭은 카페거리지만 엄격히 따져 큰 길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골목에 더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특징이 있다. 보정동 카페거리는 위치적으로 독립된 분위기다. 때문에 지나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와야 한다. 찾는 목적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랜차이즈가 다른 곳에 비해 맥을 추지 못한단다.

보정동 카페거리 상가번영회 우경수 전 회장은 “거리를 찾는 분들이 이곳까지 찾아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점을 가겠어요? 큰 길과 거리를 두고 있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특색을 이어가고 있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보정동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이 상인은 “보정동 카페거리는 전국적으로도 카페로 특색화된 공간”이라며 “업종을 보면 대부분 커피와 연관된 것이거나 이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라며 상인들 스스로 특색화 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용인시뿐 아니라 2009년에는 인근 단국대까지 동참해 버스킹 공연과 꽃 콘서트, 거리그림전시, 벼룩시장 등 각종 문화행사까지 더해져 특색 있는 또 다른 볼거리도 인기를 받고 있다. 실제 10월말 카페거리에서 열리는 할로원 데이 축제에서는 매년 1만명 이상이 찾을 만큼 인기다.

보정동 카페거리 (자료사진)


◇임대료 인상, 유사 거리 생겨나는데= 외형상으로 보면 보정동 카페거리는 여전히 특색을 유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우려점이 많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임대료 걱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가게 문을 닫는 경우로 이어지고 있다.

보정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매달 수익의 30% 이상이 임대료로 나가고 있다며 최근 4년간 꾸준히 임대료가 올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상인은 인근에서 임대료 인상 부담을 못 버텨 가게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전국적으로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나선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임대료를 부담하지 못해 거의 다 떠난다는 소식 많이 나오잖아요. 보정동도 비슷한 상황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요”라며 “상인 입장에서 보면 실컷 도심 활성화를 시켜놓고 토사구팽 당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상인은 “용인시 예산을 들이고 상인들이 노력해 상권을 정말 활성화 시켰는데 임대료 인상을 극복하지 못해 떠나는 상인들 보면 안타깝죠”라며 밝혔다.

임대료 인상에 대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대료를 두고 건물주와 임차인간에 적절한 시가를 두고 제대로 협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되면 자체적으로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보정동에 2층 상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한 건물주는 “전국적으로 임대료 인상은 비슷한 상황이죠. 문제는 이를 갑을관계식으로 일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논의해 조절하는 분위기가 정착해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보정동 인근에 유사한 성격의 공간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우경수 전 회장은 “보정동 카페거리가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인근 광교·판교·동탄 등에도 유사한 거리가 생겨나고 있어요. 최근에는 다른 카페거리에서 벤치마킹하러 많이 찾아와요”라며 거리 활성화를 반기면서도 역효과를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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