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부대찌개 운영 정민숙 씨

최상 재료 직접 공수해 요리

기흥구 신갈동에서 30년째 원조 부대찌개를 운영하고 있는 정민숙 사장.

친한 언니에게서 비법을 전수 받아 부대찌개 집을 시작한 정민숙(60) 사장은 신갈동 직장인들 사이에서 맛 집으로 입소문 자자한 ‘원조 부대찌개’를 30년 간 운영하고 있다.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5개가 전부인 조그마한 식당은 점심과 저녁 때가 되면 늘 북적인다. 대부분 단골손님이란다. 바로 코앞 대형 마트가 들어선 이후 주위 가게들은 1년에도 몇 번씩 주인이 바뀌는 게 현실이 됐다. 그렇다면 원조 부대찌개만의 장수 비결은 뭘까.

◇최상의 재료, 최고의 맛= 정민숙 사장은 매주 두 번씩 수원에 있는 농산물 시장에서 소세지, 햄, 고춧가루 등 재료를 공수해온다. 재료는 무조건 최상급으로 쓴다.

“장사 초기에는 재료상에 갖다달라고 부탁했었죠. 근데 이윤 때문인지 얼마 지나면 자꾸 싼 재료를 권하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일주일에 두 번 씩 직접 가서 사오기 시작했어요.”

원조 부대찌개는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인데 놀랍게도 따로 육수를 내지 않고 물에 재료를 한꺼번에 넣어 끓여낸다. 대파 등 신선한 채소에 소세지와 햄, 특제 양념을 넣고 끓이면 걸쭉한 국물이 우러나와 따로 육수가 필요 없단다. 국내산 태양초 고춧가루는 시원함을 더하고 비싸지만 질 좋은 소세지와 햄은 국물의 깊이를 더한다. 좋은 재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라도 나주에서 그날 도정한 쌀을 공수해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손님들이 때론 ‘찹쌀밥’으로 착각할 만큼 밥에서는 쫀득쫀득한 찰기가 돌아 입맛을 돋운다.

◇손님을 가족처럼= 정 사장에게 손님은 왕이 아니다. 가족이다. 내 가족으로 생각하니 밥을 더 달라고 해도 반찬을 많이 먹더라도 아깝지 않단다. 맛있게 “배 두둑이 먹고 또 찾아주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매일 그렇게 가족에게 밥을 챙기듯 손님을 치르니 힘든 줄도 모르겠다고 했다.

7년 넘게 올리지 않았던 부대찌개 가격을 지난해 재료값에 따라 조정해볼까 하다 그냥 둔 것도 ‘손님이 가족이기 때문’이란다. 경기도 좋지 않아 손님들도 다들 어려울 텐데 몇 푼 더 올려 받아 뭘 하겠느냐며 남편이 말렸다.

“30년 동안 가격을 딱 한번 올렸어요. 물가 올랐다고 밥값을 올릴 수는 없어요. 애들도 다 키웠는데 용돈 벌이정도 하면 되죠.”

정민숙 사장 별명은 욕쟁이 아줌마다. 투박하지만 잔정이 많은 엄마처럼 티 나지 않게 손님을 챙겨주니 붙여진 별명이다. 단골손님들에게는 가끔 특별반찬을 꺼내주고 밥이 모자란 듯 하면 말하지 않아도 한 그릇 턱 하니 갖다놓는다.

◇직접 내 손길로= 정 사장은 아무 고민 없이 쉽게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말리고 싶다고 했다. 특히 식당을 운영하려면 음식은 사장이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단다. 인건비도 아낄 수 있지만 다른 것보다 주인 손길이 닿은 음식은 손님들이 알아본다고 믿는다. 정 사장은 부대찌개 재료 손질은 물론 유일한 밑반찬인 김치와 동치미도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담근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그래야 손님 입맛에 딱 맞는 맛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정 사장의 마음을 아는지 손님들은 식당에서 부대찌개를 먹고도 모자라 따로 포장해갈 정도로 좋아한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오는 손님도 계세요. 그럼 제가 ‘뭣 하러 또 와. 다른 집도 먹고 살아야지’해요. 말은 그렇게 해도 맛있게 드시고 또 오시면 그게 제 보람이고 행복이에요. 매일 가족 밥 챙기듯 그렇게 40년 50년 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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