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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작가 김영란] 수채화로 부르는 꽃의 노래

김영란 작가의 그림을 본 순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꽃’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꽃은 꽃이라 이름 불릴 때 비로소 그 존재가 빛이 난다는 의미…. 그런데 김영란 작가의 그림을 본 사람이라면 이를 다르게 말할 수도 있겠다 싶다. “꽃이 화폭에 담겨 비로소 꽃이 됐다”고 말이다.

김 작가는 ‘들꽃 화가’로 불린다. 1990년대 초부터 줄곧 수채화로 우리 들꽃을 그려왔다. 화폭에 담은 꽃만 150여종. 그야말로 꽃 전문 화가다. 그의 자택 겸 작업실인 수수꽃다리 화실 앞마당에는 철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300여종의 들꽃이 심겨져 있다. 모두 김영란 작가가 손수 심은 것들이다. 김 작가가 이렇게 꽃에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어렸을 적 집 마당에는 수백 가지 꽃이 철마다 피어올랐어요. 장독대를 귀하게 여긴 엄마는 붉은색이 액을 막아준다며 그 옆에 맨드라미, 봉숭아, 달리아를 심으셨죠.”

어린 시절 꽃이 김영란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는 꽃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김 작가의 기억 속 작고 가녀린 꽃들은 저마다 자신의 운명을 다 걸고 꽃을 피웠다. 낼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내뿜고 벌과 나비를 맞이했다. 그런 꽃들을 바라보며 김영란 작가는 인생의 방향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작은 민들레도 200개가 넘는 꽃잎으로 이뤄져있대요. 그리고 자기의 온 힘을 다해 홀씨를 만들고 바람에 날린다고 하죠.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 ‘꽃들도 이렇게 자기에 대해 최선을 다하니 사람은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신이 주신 능력을 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요.”

김영란 작가에게 꽃은 열심히 살아야하는 이유이자 동기였다. 유화로 그림을 시작했던 김 작가가 수채화로 눈길을 돌린 것도 자연 속에서 피어난 들꽃의 생기, 움직임, 향기를 그대로 담기 위해서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꽃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전문서적까지 들여 공부했다. 꽃집에서조차 모르는 꽃 이름을 줄줄 외우고 있을 정도다. 그야말로 30여년을 신이 주신 능력을 끌어 모아 꽃을 그리는데 써온 셈이다.

꽃을 그리는 수많은 화가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김 작가의 작품은 우리 전통미를 꽃에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의 그림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꽃과 함께 한국 전통 조각보나 복주머니, 골무 등이 함께 등장한다. 그림 속 꽃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수줍은 듯 내어놓고 오방색의 전통미가 그 꽃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그만의 매력을 내뿜는다. 붓의 터치는 불필요한 기교가 없고 자연 모습 그대로 간결하지만 신비롭다. 언제부터인가 김영란 작가의 그림을 소장하려 하는 마니아층이 전국 곳곳을 넘어 미국, 유럽에까지 형성된 이유일 게다.

김영란 작가는 9일 처인구 역북동 수수꽃다리 화실에 작은 갤러리를 오픈했다. 도심 한복판 부담 없이 지나다 들를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시민들이 그림을 더 자주 만나고 가까이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용인에 훌륭한 작가들이 많거든요. 3월부터는 마당에 심은 꽃들이 차례로 꽃을 피울 거예요. 언제든 수수꽃다리 갤러리에 잠시 들러 꽃도 보시고 그림도 보시며 한 걸음 쉬고 가시기를요.”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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