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 도시를 넘어 이제 105만 수도권 빅4의 도시. 땅덩어리는 서울과 같고 시민들의 공부 이력 또한 대한민국 안의 어느 도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엄청난 사이즈로 성장하는데 걸린 세월은 고작 20년 안팎이다. 성장과 속도의 불균형 탓일까? 105만 도시가 되고 수도권 내 손꼽히는 이름의 도시가 된 지금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교복값 비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이고, 사립유치원으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는 유아교육환경은 전국이 사립유치원 문제로 시끄러운 와중에 용인유치원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며 단설유치원이 하나밖에 없는 지역의 설움을 톡톡히 느끼게 했다. 그런데 이젠 중학교가 문제다. 21세기에,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찬 신도시에서 400미터 앞 중학교를 두고 4킬로미터 거리의 학교를 다니도록 아이들을 배정하는 그런 교육행정은 또 뭔가? 1시간이 넘는 거리이다. 학부모들이 문제 제기를 하니 예전엔 1시간 반 거리의 학교도 다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하긴 나도 그랬다. 버스 안내양이 ‘오라잇’ 하는 만원버스에 대롱대롱 매달려 1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거리의 중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그건 1970년대였다. 지금 생각해도 지긋지긋하고 위태롭기 그지없는 등굣길이었다. 그런데 그런 얘기가 21세기 학교에서 다시 등장하는 것을 기시감이라고 해야 하나? 일을 잘못했으면 그럴싸한 논리나 규정 혹은 근거라도 대는 성의라도 보였어야 했다. “옛날엔… 했다”라는 대답은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을 설득해보겠다는 일말의 노력도 안 보이는 권위주의와 행정편의주의의 극치이다.

희망중학교 사전조사는 왜 안 한 것인가? 늘 해왔고 했어야 하는 절차 아닌가? 사전조사를 통해서 희망중학교가 심하게 편중되면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도저히 안되는 부분은 공정성에 벗어나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경기도교육청과 교육감의 명확한 정책 의지이다.

국공립유치원 40%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이 있는 당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되고는 뒤에서 몰래 사립유치원들을 부추기고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방해하는 지방의원들이 있는 것처럼, 경기도교육청과 교육감의 정책을 방해하고 교육감과 학부모들 사이의 간극을 벌어지게 만드는 지원청의 교육행정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애초 난개발로 비정상적인 양적 성장만을 이뤄낸 용인시 탓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거대한 토건자본의 탐욕스러운 술수를 다 막아내기는 어려웠겠으나, 도시계획을 심의하는 자리에는 지원청 담당자들도 항상 있었다던데 말이다.

이제 용인의 모든 난개발 후유증과 상처를 개선하고 치유해야 할 시점이 됐다. 그 치유와 개선의 시작은 아이들이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왜 아이들이 집 앞의 학교를 두고 1시간 거리의 대중교통도 연결되지 않는 학교에 다녀야만 하는가? 안전한 등교와 학교생활을 마련해주기 위해 용인시와 용인지원청은 최선을 다했는가? 용인교육백서는 왜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주먹구구식으로 눈앞의 일을 처리하느라 허둥대지 말고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그런 교육정책, 도시정책은 불가능한 것일까?

100만 도시면 무얼 하나? 산골동네도 아니고 인구소멸도시도 아닌데 이제 막 중학교 들어가는 어린아이들이 예상치 못한 학교 배정 때문에 겨울방학 내내 울고 있는 그런 곳이 100만 도시 용인이라면. 2019년 새로운 해가 시작됐다. 이제 용인시와 용인지원청은 100만 도시의 위태로움을 어떻게 치유해 나갈 것인지 시민들과 학부모들에게 답하고 실천해야 할 바로 그런 2019년이다. 용인시는 교육인구와 교육시설, 교육환경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샅샅이 파악할 수 있는 ‘용인교육백서’를 발간해주길 바란다. 아이들을 위태로움의 맨 앞에 세우지 말고 용인의 빛나는 미래정책의 맨 앞에 세워야 한다. 용인시의 미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나 무계획한 개발로 멍들고 아픈 도시를 그들의 손으로 찬란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영광의 맨 앞에 그들을 세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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