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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
  • 정재근(음악평론가)
  • 승인 2019.01.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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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A&M Records 뮤직비디오. 유튜브화면 캡처

오래 전에 회자 됐던 한 증권회사 광고 문구 중에 ‘모두가 ‘예스(YES)’라고 할 때 ‘노(NO)’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광고 문구가 하도 인기가 있다 보니 장난으로라도 집단의 의견에 누구나 한 번쯤 장난의 ‘No’나 부정의 ‘No’ 를 이유 없이 해봤던 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광고 문구가 말하는 것은 긍정의 ‘No’였다는 것을 다 알지요? 생각 없는 동의보다 고민한 ‘No’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겠지요. 몇 가지 긍정적 ‘No’로 인해서 생겨난 재미있는 일이 있습니다.

혹시 십여 년 전까지 ‘안티 미스코리아’라는 대회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키는 표준 이상으로 크고 깡마른 몸매에 가슴은 빵빵한 여성들이 나와서 치르는 미스코리아대회 말고요. 기존 미스코리아대회는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여성을 뽑는다고 하는데, 왜 미스여야만 하는 것이며 여성의 아름다움을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표면적 심리에 반기를 들어 만든 대회였어요. 키는 165cm 이상, 몸무게 45kg 이하로 인식되는 섹시하고 잘빠진 몸매의 소유자들로만 선발하는 것에 문제가 있고, 나이도 18세부터 24세 사이의 여성만이 한국의 미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무슨 시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하는 논리에서 시작된 대회에요. 그 대회에는 중년의 튼실한 아줌마, 두툼한 안경잡이 여학생, 나름 내면적 아름다움이 있다 하는 청년들까지 죄다 모여 웃고 떠들고 노는 대회로 이뤄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참 신나는 자리였을 것 같지 않으세요?

또 한 가지! 노벨상을 패러디해서 만든 ‘이그 노벨상’이라는 게 있어요. 1991년 미국의 한 유머 과학잡지가 만든 상인데, ‘흉내 낼 수 없거나 흉내 내면 안 되는’ 업적에 대해 진짜 노벨상 수상보다 1~2주 먼저 시상식을 열고 있어요. 여기에는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도 다수 참석해 시상에 참여하며 논문 심사와 시상을 맡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도 벌써 세 명의 수상자가 나왔는데,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FnC 코오롱의 권혁호가 환경보호상을, 대규모 합동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통일교 문선명이 경제학상을, 이장림 목사가 종말론으로 수학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선정기준이 참 재미있습니다. 이그 노벨상의 수상작은 웃음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한바탕 웃고 끝나는 게 아니라 웃음에서 호기심으로, 곧이어 생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기준입니다. 처음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점차 생각에 빠지게 하는 연구를 치하한다는 이야기지요. 상금은 0원이고, 시상식 참가비는 각자 부담이며 수상 소감은 60초 이내라는 기준도 참 재미있습니다. 많고 많은 기발한 수상작 중에 필자를 잡아끄는 정말 기가 막히는 수상작은 ‘폭탄은 폭탄인데, 터지면 엄청 강한 페로몬이 발생돼 적들이 서로 성적 매력을 느끼게 유도해 사랑하게 만드는 ‘게이 폭탄’’이라는 게 있습니다. 얼마나 기가 막혀요.(하 하) 전쟁터에서 서로를 죽이기 위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가 이 폭탄이 터지면 눈에 하트가 그려지면서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된다니, 그것도 어쩌면 남정네끼리.(하 하) 에그, 징그러워라.

요즘에는 성소수자들의 사회활동이 무척 활발해져서 들어도 많이 어색하지 않지만 예전엔 주변에 그런 성향을 가진 이가 생겨났다 하면 왠지 꺼림칙한 마음을 갖기도 했거든요. 그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벌거벗은 공무원’ 등을 출판한 영국 작가 쿠엔틴 크리스프(Quentin Crisp)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1940~50년대 게이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던 당시 서구 사회에서 커밍아웃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 이후 게이의 아버지로 추앙받으며 살았다고는 하는데, 여하튼 한 수 꺾고 보는 주변의 시선이 대단했던 모양이에요.

결국 70세가 넘어서 미국 뉴욕으로 이사했는데, 전 세계적인 가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가수이자, 작곡가, 영화배우로 워낙 유명해서 별도로 소개하기도 쑥스럽기까지 한 스팅(Sting)입니다. 쿠엔틴 크리스프를 ‘우아하고 자기 생각이 분명한 누가 뭐라고 해도 상관하지 않는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고 칭송하면서 기가 막힌 헌정곡 하나를 만들었어요. 바로 국내에서 CF 삽입곡으로도 유명한 ‘Englishman In New York'라는 곡이에요. 뮤직비디오에 70이 넘은 게이할아버지 쿠엔틴 크리스프를 출연시키기도 했는데, 그 뮤비 속에 나오는 할머니 같은 느낌의 할아버지가 쿠엔틴 크리스프에요. 거의 모든 스팅의 곡이 그렇듯이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납니다. 이 곡은 스팅이 솔로로 데뷔한 이후 오랫동안 함께 해오고 있는 정통 재즈계의 명 뮤지션 브랜포드 마샬리스의 소프라노 색소폰을 우선으로 한 드라마틱한 연주가 살아 숨 쉬는 명곡이 게이 할아버지에게 바치는 곡이었다는 것에 잠시 움찔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인 스팅은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 이후 미국 음악계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남긴 영국 뮤지션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내한 공연을 가져 너무 친밀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지요. 팝 사운드를 기본으로 재즈와 레게의 깊고 다양한 감성을 버무린 음악스타일은 그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게 해 ‘팝의 음유 시인’이라는 칭호로 정리가 되곤 합니다. 스팅 말고는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그만의 허스키하면서도 명료한 음색과 고유의 발음으로 은은하게 퍼지는 ‘Englishman In New York’을 동영상과 함께 감상해 보시지요!

* 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 뮤직비디오
http://youtu.be/d27gTrPPAyk

 

정재근(음악평론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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