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5곳 중 67곳 미달

활성화 위한 대책 마련 시급

방학으로 병설유치원 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 이후 용인에서도 유아 교육의 공공성 확보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역 공립 병설유치원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교육지원청이 11일 홈페이지에 공고한 ‘2019학년도 공립유치원 여유 정원 현황’에 따르면 모집이 마감된 2018년 12월 8일 기준으로 용인지역 병설유치원 97곳 가운데 58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중 상대적으로 유아 비율이 낮은 처인구가 28개 병설유치원 중 27곳에서 모두 286명이 미달돼 가장 많았다. 기흥구는 총 40곳 중 19곳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251명이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29개 병설유치원이 있는 수지구는 그나마 충원율(정원 대비 현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사립유치원 사태로 올해 증설이 결정돼 원아를 추가로 모집하는 유치원을 제외하면 9곳에서 70명의 자리만 비어있다.

이 같은 미달 현상은 올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의회 교육1위원회 고찬석(더불어민주당·용인8)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학년도 용인시 병설유치원 95곳 가운데 30%에 그친 28곳만이 정원을 채웠다. 나머지 67곳은 772명의 원생을 모집하지 못했다. 용인시 충원율은 79%로 고양시와 같은 수준이지만 수원시(84%)보다 낮았다.

이처럼 국공립유치원 확충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립 병설유치원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초등학교 교장이 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육 공무원이 원장을 맡는 단설유치원과 다른 점이다. 특히 일부 병설유치원의 경우 연령이 다른 원아를 모아 통합해 단일 학급으로 운영하는 등 단설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사립유치원과 달리 대부분의 병설유치원은 오후 5시~6시면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방학 기간도 길어 맞벌이 부부들이 이용에 제약을 받는다는 점도 정원 미달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흥구의 한 병설유치원 교사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는 각 유치원별로 다르겠지만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않고 하원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면서 “더구나 초등학교 급식실이나 운동장 등을 같이 사용해야 하는 등 사립이나 단설유치원보다 시설이 열악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나 교육단체는 병설유치원 운영 방식 개선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후 5~6시까지인 방과 후 운영 시간을 오후 7시까지 연장하고, 유치원이 외진 곳에 있을 경우 통학 차량을 운영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용인교육시민포럼 원미선 대표는 “낙후된 시설, 프로그램 강화 등 공립유치원 체질을 개선하고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찬석 도의원은 “국공립유치원 확충과 함께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병설유치원 중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시설, 운영 방식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한 병설유치원이 외진 곳에 위치해 다니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다른 병설유치원은 인근에 사립유치원이 몰려있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등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면서 “도교육청 등에 학부모 등의 요구와 문제제기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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