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지 않은 기억이다. 용인시청 앞은 시끌했다. 눈썰매장에 들어갈 각종 놀이시설을 설치하고 있었던 거다. 매년 설치와 철거를 반복하니 예산 낭비라 지적을 받을 법했다. 기자 눈에도 분명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몇 번의 반복된 현장 방문에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찾아 뛰놀고 곳곳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먹을거리까지 더해져 광장 풍경은 뭐랄까. 아이들이 참 좋아하구나.

며칠 전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올해는 용인시청 앞 눈썰매장을 운영하지 않냐고. 그러고 보니 올해는 조용했다. 눈썰매장이 설치됐어야 할 공간은 주차된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지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올해는 운영되지 않는다고. 매우 아쉬워하던 그이는 금세 아이와 어딜 갈지 걱정했다.

용인시가 눈썰매장 운영을 멈춘데는 예산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가 있었다. 용인시 집계를 보면 지난해 눈썰매장을 찾은 인원은 15만명이다. 하루 평균 3400여명에 이른다. 이 행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이 덜 들어가는 여름철 물놀이장이 하루 평균 9000명 이상 이용했다니 분명 예산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내부 민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내부 민원이란 공무원 내부 지적을 뜻한다.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 아니겠나.

“뭔가 좋은 일은 한 것 같지만 아님. 그냥 공원, 시민들 쉼터를 지금보다 10배는 만들면 된다. 뜬금없이 시청에서 저런거 이벤트로 하지 말고 지금보다 공원 놀이터를 늘려라. 한두개 늘리고 생색 내지 말고”

눈썰매장 호응이 좋다는 예전 기사에 이런 댓글도 달렸으니 겨울철 눈썰매장 운영 중단은 어쩜 당연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참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생각해보자. 시청 앞 유료 눈썰매장을 가지 못한 15만명. 그들은 분명 올해도 어느 눈썰매장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용인시가 운영하는 농촌테마파크를 찾았을 것이고, 용인시청소년수련원도 찾았을 것이다. 형편이 된다면 한국민속촌이나 에버랜드도 찾았을 것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이나 총량의 법칙이 적용돼 하루 3000명 넘는 시민이 그곳에 분산돼 찾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튼 갈 곳 잃은 지인과 같은 시민은 아이들 손잡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발품 팔아 즐길 수만 있다면야 좋겠지만 ‘무료’가 아닌 눈썰매장은 입장료부터 비싸다, 추운 날씨에 따듯한 먹을거리 하나라도 먹을라치면 수만원이 금세 나간다. 그렇게 나간 쌈짓돈이 다시 지역에서 순환하거나 이웃돕기에 사용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것도 아니다.

눈썰매장 운영은 그저 즐길 거리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아이돌봄서비스와 같은 격이다. 복지에 버금가는 행정이란 소리다. 때문에 효율성을 운운하며 폐지하는데 더 신중했어야 했다. 물론 ‘이벤트로 하지 말고 공원이나 놀이터를 더 늘려라’란 말도 충분히 맞다.

그래서 더 아쉽다. 매년 공원이나 놀이터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만으로도 용인시 곳곳에 무료 눈썰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하루에 수천명은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알뜰하게 겨울을 즐기겠다는 시민들 발길은 이어질 것이다. 그 수가 공원이나 놀이터를 찾는 사람 수는 되지 않겠나.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눈썰매장 다녀왔는지. 아니나 다를까. 서울에 있는 한 놀이시설에 다녀왔단다. 만족도가 눈썰매장에 비해 높았다니 그것으로 부모 노릇을 한 듯하다.

눈썰매장이 사라진 용인시청 광장. 즐비한 차량에 움직일 공간도 없다. 연신 오가는 차량에 매음도 소음도 만만찮다. 지난해 겨울 그곳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부모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어쩌면 연신 나오는 동요소리는 거슬렸을지 모른다. 그 소리와 발걸음이 진정 업무에 지장을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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