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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회사에서 만들어 낸 타미플루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 승인 2019.01.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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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알산과 뉴라민산

1987년 29세의 젊은 의사 한 명이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금융과 경영을 공부한 그는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투자자로부터 20억 원을 모금하고, 이어 1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수년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던 벤처회사는 몇 가지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1999년 새로운 독감 치료제를 선보였는데 먹을 수 있던 이 독감 치료제는 GS4104로 불리던 신약이었다. 8000억 원에 판매권을 사들인 로슈사는 ‘타미플루’라는 이름을 붙인다.

1936년 단백질을 연구하던 독일 과학자는 침샘에서 얻은 점액 성분으로 연구하던 시험관에서 결정이 생긴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타액이라는 이름으로 ‘시알산’으로 불리게 되는 이 물질은 단백질, 지질 등의 끝 부위에 붙어서 여러 특성을 만들어 준다. 독일 과학자는 새롭게 발견한 물질에 대해 연구하면서 관심을 가지는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시알산’을 나눠 주었다. 여러 종류의 시알산을 연구하던 한 과학자가 뇌질환 환자의 조직에서 새로운 시알산 종류를 발견했다. 신경계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로 ‘뉴라민산’으로 명명됐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일시 중지됐던 연구는 전쟁이 끝나자 호주로 옮겨갔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몸 안에서 확산될 때 뉴라민산을 녹이는 뉴라미니디아제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뉴라미니디아제를 차단하며 증상이 호전되자 치료제 개발이 시작됐다. 이번 시도는 좀 색다른 시도였다. 엑스선을 이용해서 핵심 물질인 뉴라미니디아제를 촬영한 뒤 정밀한 내부 구조를 확인한 후 바이러스 접촉 부위를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을 컴퓨터로 디자인해서 개발한 것이다.

과거 의약품 개발은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약초나 치료 방법에서 유효성분을 뽑아내 추출하거나 플레밍의 페니실린처럼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통 의서에 기록된 치료 방법들은 상당히 부정확하고, 때로는 전혀 효과가 없었기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막대한 비용이 소모됐다. 반면 질병의 경로를 파악한 뒤 정확하게 차단하는 새로운 방식은 신약 개발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1978년 엑스선 결정을 이용한 뉴라미니디아제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주머니 같이 갈라진 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특정 물질을 틈 사이에 넣어 기능을 차단하는 방법이 고안됐다. 호주의 바이오타라는 벤처회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GG-167 이라는 물질을 개발했다. 독감에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작은 벤처회사인 바이오타는 대규모 생산시설이 없었고, 판권을 사들인 그락소스미스클라인가 대규모 생산에 나섰다. 상품명은 ‘리렌자’였다. 1999년 출시된 리렌자는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되지 않아 호흡기로 직접 뿌려주는 흡입기 형태였다.

호주에서 독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을 무렵 미국의 작은 벤처회사인 길리어드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됐다. 길리어드는 먹어서 흡수되는 물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에서 근무하던 김정은 박사는 작은 벤처회사인 길리어드로 자리를 옮겨서 신물질 연구를 진두지휘했다. 흡입식 독감약을 먹을 수 있게 변형시킨 새로운 물질은 독감 치료에도 큰 효과를 보였다. 새롭게 개발된 독감약에 관심을 기울인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신물질의 판권을 인수한 뒤 대량 생산에 나섰다. 복용이 간편한 타미플루는 리렌자를 압도하면서 빠르게 보급됐고, 독감 대유행을 걱정하던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구입해 비축하기 시작했다. 타미플루가 출시된 지 10년만인 2009년 전세계는 신종플루의 습격을 받았고, 각국 정부는 비축해놓았던 타미플루를 내놓기 시작했다.

타미플루로 신종플루 환자들이 치료됐고 새로운 독감 치료제는 금방 유명해졌다. 매년 독감 유행시 타미플루가 처방됐다. 2016년 특허가 만료된 이후 국내 제약회사도 다양한 형태의 타미플루 복제약을 출시했다. 많이 사용되는 타미플루 역시 약점이 있다. 오심, 구토와 같은 위장관 증상이 흔하며 환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좋은 치료제도 부작용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약은 없다고 하지만 실제 일부 독감 치료제는 개발됐다. 과거 전통의학에서 풍한사 등으로 표현하면서 찬바람에 섞인 사악한 기운이라는 모호한 표현만이 있다. 감기의 원인을 정확하게 몰랐던 것이다. 현대과학이 발전하면서 바이러스들을 찾아내고 원인을 직접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전통의학은 기침, 가래, 해열, 진통 등 대증치료에만 집중했지만 현대의학에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손 씻기 등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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