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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신수철] 넘치는 정보 속, 진실 찾는 작가의 여정 담아

숨은 메시지 찾기

그림 감상 포인트

현대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언제든 컴퓨터나 핸드폰을 통해 수많은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기사뿐인가. 책, 잡지, 텔레비전은 하루에도 수십만, 수백만 가지의 정보를 쏟아낸다. 혹자는 이를 정보의 홍수를 넘어선 슬러지(쓰레기)의 시대라고도 했다.

때로 넘치는 정보들은 사실이 아닌 왜곡되고 비틀어진 모습으로 혼란을 준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타인의 시각이 아닌 자신만의 해석으로 ‘진실’을 전하는 작가가 있다. 글자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작가 신수철이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종이를 붙여 그림을 그리는 ‘빠삐에꼴레’라는 기법으로 완성된다. 신 작가의 빠삐에꼴레는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문자가 들어간 잡지, 책, 신문 등을 오려 붙여 작품을 만든다. 이른바 ‘텍스트를 이용한 꼴라쥬’다.

그가 물감을 버리고 문자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시험 삼아 해본 작품에 좋은 반응이 나왔고 이후 지금의 작품형식에 ‘올인’하게 됐다.

끝도 없이 생산되고 있는 ‘정보의 슬러지’를 대상의 이미지에 붙이는 작업은 신 작가만의 진실을 찾는 여정이다. 작품의 대상은 사상이나 철학을 가진 인물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을 그린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300호 대작인 독립선언 33인과 김구, 안중근 선생 등 독립 운동가를 담은 작품,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한 자리에 그린 ‘팩트는 팩트’도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신수철 '평화, 안중근'

신 작가는 단순히 아무 글자를 오려 붙이는 것이 아닌 대상과 관계된 글에서 의미 있는 부분을 떼어내 이미지를 완성한다. 글자 배치조차도 의미가 없는 곳이 없다. 작품 속 인물들의 얼굴이나 옷은 인물의 자서전을 오려 붙인다. 바탕은 인물과 관련 있는 잡지, 기사 등에서 가져온다. 인물 자체는 그의 ‘진짜’ 이야기를 담지만 그 주위는 ‘타인이 하는 이야기’로 채워지는 셈이다.

“본래 있는 그대로로 바라보지 않고 ‘왜 그렇게 정치적, 상업적으로 해석하는가’에 대한 지적을 담는 거죠.”

타인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는 때론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오염시킨다. 그러나 그럼에도 인물이 갖고 있는 본연의 모습은 사라질 수 없다. 신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 ‘본질’을 찾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신 작가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 주인공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 자서전부터 그와 관련된 기사나 잡지를 모으는 일이 우선이다.

“그릴 대상을 정하면 그 대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모은 글들을 빠짐없이 읽죠. 인물을 잘 알고 있어야 그림으로 본질을 표현할 수 있어요.”

그렇게 인물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난 후 그리는 인물의 모습은 놀랍도록 생생하다. 물감과 붓으로 완성하는 그림이 아님에도 터치는 매우 섬세하다. 피부의 결, 주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글자 조각으로 퍼즐을 맞추듯 붙여 나간다. 선과 면, 색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든 작업임에도 그는 가로 길이만 3미터가 넘는 대작들을 많이 그려왔다. 작업 기간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작품들이다.

작품 속 인물들의 배치, 자세, 표정 하나하나 작가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인물들의 눈동자는 늘 관객을 응시해 마치 그림 속 인물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 착각을 준다. 작품 속 작가가 숨겨놓은 메시지, 의도하는 단어를 찾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시진핑의 눈동자에 한자로 ‘중국’을 새겨 넣는 식이다. 그림 속에 작가의 자화상을 넣어 마치 ‘내가 증인을 서겠다’는 듯 인물들과 함께 한다. 모두 작가가 의도하는 ‘진실 찾기’의 장치다.

신 작가는 현재 ‘한국을 빛낸 100인’을 준비 중이다. 작품 길이만 6미터가 넘는 1000호 대작으로 올해 완성해 대중에 선을 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아침 일찍부터 새벽 4~5시까지 이어지는 작업은 고되고 힘들지만 그는 지치지 않는 듯 했다. 세상이 꼭 기억해야할 인물을 신수철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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