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주인 찾는 이 모 씨

저희 요양병원에 한 어르신이 계십니다. 그 분은 83세로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 환자입니다. 자식들 다 키워놓고 이제 병원에서 하루하루 이런 걱정 저런 걱정으로 지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가끔 집에 가야 한다고, 정리할 게 있다고 떼를 쓰시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들, 딸, 며느리 등 보호자분들께 병동에서 전화를 걸어서 오셨다 가시라고 안내 전화를 드리곤 합니다.

가끔 병원 간호사나 간병사 몰래 이른바 탈출(?)을 감행하기도 합니다. 속 내의만 걸친 채 병원 밖을 몰래 빠져나가서는 지나가는 행인이 전화를 해주시거나, 경찰차로 다시 모셔오기도 하지요.

그런 어느 날, 지난해 12월의 끝자락으로 기억됩니다. 엄청 추운 날, 영하 10도 가까이 되고, 바람도 꽤 부는 날이었지요. 어르신이 사라졌습니다. 다시 한번 병원은 난리를 겪어야 했지요. 온 직원과 간병사들이 어르신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전화를 해서 용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더라고 연락이 온 겁니다. 그래서 부리나케 찾아 나섰지만. 못 찾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이 추운데 어디 가서 덜덜 떨고 계시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한 여학생이 이씨에게 입혀준 검정색 롱패딩.

몇 시간을 전전긍긍하고 있던 차에 경찰 순찰차가 병원 현관에 멈춰 섰습니다. 그런데 어르신의 몸에는 검정색 패딩이 입혀져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경찰서에서 추운 어르신을 위해 입혀준 것이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르신은 의식이 있기에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터미널 김밥집에서 한 여학생이 춥다고 입으라고 줬어.” 하는 것입니다. 어찌나 고맙던지 제 눈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저는 곧바로 터미널 김밥집이란 김밥집은 죄다 뒤졌습니다. 그러나 찾지 못했습니다.

어디에 있을까요? 그 학생을 꼭 찾고 싶습니다. 보상도 보상이지만, 이런 삭막한 시대에 이런 학생이 있어서 세상은 더 훈훈하고 살아볼 가치가 있는 건 아닐런지요? 검정색 패딩 주인인 그 학생은 자기도 추웠을 텐데, 어르신의 몸에 자기가 입고 있던 패딩을 입혀주고 어디론가 떠났을까요?

온기를 주고 홀연히 떠난 그 여학생을 찾아주세요.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이모 씨는 한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자신에게 입고 있던 패딩을 건네준 한 여학생과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씨에게 당시 상황을 묻자 “그 때도 오늘(9일)처럼 무지 추웠어. 옷이 약간 작긴 했지만 너무 따뜻했어. 너무 고마웠어.”라고 모녀에게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이 씨에 따르면 패딩을 전해준 장소는 김밥집이 아니라 터미널 내 김밥집 옆 의자였다. 그날 이 씨가 요양병원으로 안전하게 올 수 있었던 것도 패딩을 건네준 여학생의 어머니가 경찰에 연락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애요양병원 관계자는 패딩을 돌려주고 사례를 하고 싶다며 본지에 사연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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