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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나는 나무들
  • 홍은정(생태활동가)
  • 승인 2019.01.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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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허브

식물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다. 풀들은 땅속으로 그 모습을 숨겼고, 나무들도 자라기를 멈추었다. 겨울은 사람들도 그 움직임을 줄이는 때라 숲을 다니는 사람들은 다른 계절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다. 숲에게는 푹 쉴 수 있는 꼭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겠다. 이럴 때 조금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식물은 향기가 나는 식물이다. 겨울에 향기가 나는 식물 하면 귤나무가 먼저 생각난다. 어렸을 적 한겨울, 아빠가 귤 한 상자를 사오시면 며칠 못가 동이 났다. 엄마는 귤껍질을 말렸다가 물을 끓여 주시곤 하셨다. 물을 끓일 때 나는 향기가 참 진하고 좋았다. 아직도 마른 귤껍질을 보면 따뜻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필자는 얼마 전까지도 식초를 사용해서 빨래를 헹궜다. 너무 진한 섬유유연제 향이 향기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번 사용한 섬유유연제는 몇 번을 빨아도 그 향이 없어지지 않는다. 우리 주변엔 진한 향기가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옷, 화장품, 주방세제, 몸을 씻는 비누에도 진한 향기가 있다. 쓸 때마다 이 향기들이 온전히 자기의 쓰임을 하고 있는지, 모두 섞여서 이상한 냄새를 내진 않는지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사람들도 배려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섬유유연제를 찾아봤다. 섬유유연제 안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기사가 한창일 때였다. 도대체 그 진하고 오래가는 향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궁금했는데, 결국 미세플라스틱이었다.

2018년 환경뉴스에서 가장 많이 나온 주제는 너무도 심각했던 플라스틱 문제이다. 중국발 플라스틱, 자연 곳곳에서 드러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거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까지. 생각이 많아진다. 자연의 향기를 찾고 싶은 때이다. 귤은 운향과 식물이다. 운향과 식물들은 진한 향기가 특징으로 알만한 나무로는 귤과 함께 산초나무가 있다. 요즘 많이 키우는 향이 좋은 율마는 측백나무과 나무이다. 잎이 보송보송하고 그 모양이 장미처럼 예쁜 장미허브는 장미와 상관이 없는 꿀풀과 나무이다. 모두 향이 좋은 식물들이다.

우리 조상들은 향을 생활에 많이 사용했다. 향은 우리나라 산야에 나는 식물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여자들은 노리개처럼 향주머니를 차고 다니고, 글공부할 때도 향을 피웠다. 야외에서 벌레를 쫓는 데에도 사용했다. 지금도 벌레가 생기지 않게 집에 향기 나는 식물을 많이 키운다. 향은 긴급할 경우 구급약으로 썼다. 약을 먹을 수 없을 경우에는 머리 주변에 향을 피워 그 성분을 몸에 흡수시켜 병을 치료하기도 했다. 산중 절에서 맡는 향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향은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연에서 가져온 향은 언제나 은은하고 기분 좋다. 시중에 판매하는 방향제나 세제 사용을 줄이고 식물을 키워서 자연스런 향을 취하면 좋겠다. 그러면 피톤치드를 집에서 즐길 수 있다.

얼마 전 지인들에게 식물을 분양받을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다. 겨울 동안 스산한 분위기를 화분 하나로 바꿀 수 있고, 기분 전환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바쁜 요즘 식물을 건사할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올해에는 식물 가까이 하기를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식탁, 화장실, TV 옆에 향기 나는 식물을 하나 키워보는 건 어떨까? 싼 방향제들이 놓여 있는 곳에 약간만 만져도 고급진 향기가 나는 우리나라 향주머니를 놓는 것은 어떨까? 떨어진 장미허브 잎도 모아 놓아야 겠다.

홍은정(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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