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연시에는 아무래도 주변에 인사할 일이 많아집니다. 한 해를 정리하고 또 한 해를 여는 시점인지라 그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주변 분들에게 일일이 인사한다는 것은 다소 신경써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간혹 우리나라 사람은 외국인에 비해 인사에 너무 인색하다는 글을 봅니다. 하지만 조금 깊게 보면 우리처럼 인사를 배려 있게 하는 사람들도 드물다는 생각을 합니다. 며칠 전 SNS를 통해 읽은 글 중에 일본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츠지 히토나리’ 씨가 했다는 우리나라의 인사습관에 대한 글이 떠오릅니다.

[한국 사람은 보내는 쪽이 “안녕히 가세요” 하면, 가는 쪽은 “안녕히 계세요” 한다. 남아있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이 각각 다른 작별인사를 하는 건 이 넓은 세상에서 한국어뿐이 아닐까.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 말의 다정함에 나는 감동했었다.]

우리야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사용해 왔던 터라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아 왔는데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우리의 인사는 인사말뿐만 아니라 몸짓도, 겸손과 존경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개와 허리를 숙이는 간단한 인사에서도 볼 수 있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몸을 낮춰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에 대한 최대한의 존경을 뜻하는 큰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몸짓은 움직이는 생명체가 할 수 있는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여하튼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때에 평소 하는 인사의 의미를 알아둬도 해가 될 것이 없다는 생각에 잡설을 늘어놓았습니다.

세상 수많은 분야에서 나름 영역을 구축하고 인정받아, 인사를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몇 사람이 있습니다. 블루스 분야에서는 앨버트 킹(Albert King)이 손에 꼽힙니다.

“약간의 술과 기타, 노래 등이 있음으로 해서 인생은 그 자체가 유쾌한 관심거리이다.”

앨버트 킹이 한 이야기입니다. 음악을 일이 아닌 즐기는 것으로 보고 있음이 느껴지는 말이지요. 블루스 음악과 블루스 기타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앨버트 킹이에요. 많은 블루스 팬들은 그와 프레디 킹(Freddie King), BB 킹(B. B. King) 등 3명을 ‘블루스의 3대 King’이라고 부른답니다. 이름이 다 ‘King’이라 그런 것만이 아니라 세 사람 모두 블루스 역사에 있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남긴 블루스의 역사 그 자체로 인정되는 대단한 사람들이라 그렇습니다. 그중 앨버트 킹은 ‘비단불도저’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했는데, 2m의 키에 110kg이라는 몸무게와 달리 기타 소리의 질감은 비단결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합니다.

기타를 치는 방법이 참 독특했던 이 사람은 왼손잡이여서 배울 때부터 그렇게 했는지 몰라도 일반 기타를 거꾸로 들고 왼손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기타의 가장 굵은 줄이 위에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얇은 줄이 위에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서는 피크를 사용하지 않고 맨 손가락으로 기타 줄을 잡아당겼다가 놓는 주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기존의 기타 연주와 다른 느낌이 매우 강한 연주법으로 지미 핸드릭스나 에릭 클랩튼 같은 기타 명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방법이에요.

모습만 간신히 갖춘 기타를 얻은 계기로 어릴 때부터 당시의 유명한 음악을 매일같이 따라 연주하며 미래의 뮤지션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음악보다 막노동이나 불도저 기사로 근근이 돈을 벌어 생활해야 하는 빈곤층이었기에 그의 음악에는 궁핍했던 어린 시절이 녹아 있습니다.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그러했듯이 앨버트 킹도 몇몇 밴드들을 전전하며 기타리스트로서 어려운 길을 걷다가 블루스 전문 음반사와 계약하고 음반작업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명성을 얻을 수 있게 됐지요. 앨버트 킹의 족적을 몇 줄의 글로 설명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지만 간단히 그의 이력은 이렇게 소개합니다.

정재근

이번 호에 소개해드릴 ‘I'll Play the Blues for You’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곡은 블루스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도 1990년대 몇 장의 블루스 음반과 함께 발매됐던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유명한 곡입니다. 아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누군가에 의해 연주되고 있을 스탠더드 넘버이기도 하구요. 음악을 들으면 가장 먼저 귀를 자극하는 것이 트럼펫과 색소폰의 조화로운 연주와 앨버트 킹의 기타 솔로 연주입니다. 어느 것 하나 도드라지게 튀어나오거나 나서지 않으며 서로를 보완하고 배려하는 연주를 배경으로 묵직한 그의 노랫소리 안에 듣는 이들을 향해 흥얼거리는 듯한 부분이 나옵니다. ‘당신이 외롭고 힘들 때 내가 블루스로 당신을 위로해주겠다’고 위로를 해주는 부분입니다. 이 곡으로 지난 한 해 위로 받으시고, 새해에는 더 좋은 음악과 이야기로 위로해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하하)

앨버트 킹의 ‘I'll Play The Blues For You’ 들어보기
http://youtu.be/6SP5JHLqX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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