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특별전

상상을 영상·설치 예술로 재해석

김정모 ‘감시’ 2018

재난 또는 재앙으로 인류가 종말을 맞는다면? 어쩌면 인간은 완전한 멸망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어디론가 누군가에게 메시지나 경고를 미래로 보내야할지도 모른다. SF장르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상을 영상·설치 예술로 재해석한 전시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27일까지 이어지는 ‘(______) 관둬라’ 전은 인류 종말을 전제로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상황들을 상상을 통해 구현해낸다.

이번 전시는 ‘디스토피아(유토피아 반대)’에 대한 상상을 통해 인간의 내재된 공포와 불안을 표현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김정모, 이정우, 불량선인은 사전 설문 조사 등을 공동으로 기획해 진행했다. 또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시각적으로 제시했다.

김정모 작가는 가상의 미래를 상상하며 미래로부터 보내진 봉인된 ‘판도라의 상자’를 설치와 영상을 통해 구현했다. ‘희망’을 상징하는 일상적인 사물과 표식 등의 이미지를 통해 이에 대한 동시대 인류 인식의 전형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이정우 작가는 영상을 통해 ‘발견자’의 인격체를 분열시켜 그가 하고자 하는 서사와 세계관을 구체화한다. 또 외부로 나와 디지털 이미지로 재현한 아날로그시계로 시간과 시각에 대한 고민을 함께할 것을 요청한다.

이정우 작가는 또 영상 촬영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디지털 문명의 가속화와 통제 불가능성에 대한 일상적인 불안에 집중했다. 작가 불량선인은 급격한 속도로 기술의 전환이 이뤄지는 동시대 특성에 의한 ‘공포와 불안’이라는 심리적 현상에 주목하는 토론회를 연다.

이를 통해 현재의 공포와 불안을 증폭시키는 ‘SF 장르’에 대한 비평적 접근부터 파국으로 치닫는 미래가 올 수 있는가에 대해 진단하는 분석을 시도한다.

전시는 미래에 대한 상상을 통해 만나는 ‘인류 종말’ 속에 인류 문명의 ‘공포와 불안’이 내재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복잡하고 빠른 속도로 바뀌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 인류는 그만큼 예측불가능하고 비가시적인 공포와 불안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갖거나 대비하는 모든 일을 유예하고 ‘관둬라’라며 조언하고 있다. 마치 신화 속에서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어버리는 바람에 모든 죽음과 병, 시기와 증오가 세상을 뒤덮어버렸고, 마지막으로 항아리에 남아 있던 유일한 것은 ‘희망’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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