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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도 검은 목화
  • 홍은정(생태활동가)
  • 승인 2019.01.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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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을 선물할 날이 많은 요즘이다. 인터넷으로 꽃다발을 검색하면 목화꽃다발이 몇 페이지에 걸쳐 나온다. 2016년 12월에 방영한 한 드라마에 나온 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이한 아이템임이 분명하다. 보기 싫게 시들어가는 생화보다 훨씬 오랫동안 예쁜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그런 장점을 가진 조화와 비교했을 때도 자연물이라는 더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으니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꽃다발, 아니 열매다발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목화리스도 유행이다. 목화를 직접 화분에 키워보려는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어서 보기에 좋다.

목화는 전 세계에 20여 종이 있다. 일년생풀, 다년생 풀, 열대지방에서는 작은 나무의 형태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년생 풀로 자란다. 그중에 재배되는 종은 4종이다.

고려시대에 들어온 목화도 이 4종 중 하나인 아시아면이다. 목화가 들어오기 전 겨울에도 얇은 옷을 입어야 했던 우리나라에 목화는 정말 획기적인 변화를 주었다. 면을 만들고, 솜 그대로 이불이나 옷에 넣어 보온성을 높이고, 탈지면도 만든다. 씨앗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좋은 기름을 짜고, 마가린이나 비누의 원료로 사용한다. 뿌리를 약으로 쓰기도 하는 등 쓰임이 많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유익한 목화솜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심한 노동을 해야 했음을 잊으면 안 된다.

미국에서는 흑인 노예들이 있었고,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에 목포항을 통해 많은양의 목화솜이 약탈당했다. 이제는 GMO 목화의 대량생산으로 환경문제를 생각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GMO 식물들은 토종식물들과 교잡으로 토종식물들의 자리를 점점 좁힌다. 농약의 대량살포로 땅을 오염시키고, 농약을 이기는 병원균을 키워 또 다른 더 많은 농약을 뿌려 환경을 더 오염시키는 연결고리를 만든다. 대량생산 대량폐기에 맞서는 ‘소확행’, ‘미니멀라이프’로 삶의 전환이 절실하다. 연말연초 목화꽃다발은 없어서 못 팔 정도이다. 하지만 전량을 이스라엘이나 네덜란드에서 수입한다. 운반과 포장으로 많은 쓰레기를 배출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화훼농가에 큰 타격을 준다. 하얀 목화솜의 또 다른 모습이 이렇게 어두울지 꽃다발을 보면서는 생각하기 힘들 듯하다.

웰빙 바람으로 목화솜 이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연재료인 솜은 아토피를 일으키지 않는다. 무겁다는 선입견으로 이불장에서 솜이불이 사라져가는 이 시점, 좋은 바람이 부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좋은 바람에 전량 수입하는 목화를 쓸 수는 없다. 전라도, 경상도, 함경도는 오랫동안 목화를 지키고 키워온 곳이다. 지역사업이 지역성 없이 같은 축제, 같은 특산품을 내놓는 요즘, 목화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꾸준히 좋은 품질의 목화를 개발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남 산청군에서는 올해 10월, 제12회 산청목화축제를 열었다. 이곳은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온 문익점의 장인인 정천익의 고향이다. 우리나라 목화의 재배의 시작지임을 알리고, 이곳을 기점으로 발달한 면사업에 대해서도 알리는 훌륭한 지역축제이다.

필자는 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울퉁불퉁한 입술이 떠오른다. 고운 얼굴에 비해 손도 거칠게 갈라지셨다. 할머니께서 열대여섯 살부터 베짜기를 하셔서 그렇다고 들었다. 평생 옷감을 만드시고, 옷을 만들어 입으셨다. 그런 모습이 필자의 세대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 세대가 그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쉬운 일일 것이다.

홍은정(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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