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직 출신 첫 사무관
14년 체육업무 우직함

“떨리던 마음으로 첫 출근하던 날 따듯한 마음으로 환영해주고 떠날 때 울보로 만들어준 상하동 주민들과 직원 들, 너무나 좋은 유림동민과 가족 같은 직원들과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엔 진심이 묻어있었다. 우직함 하나로 고된 업무를 도맡고, 뒤늦은 사무관 승진 후 주민 속에 스며들어 주민 본위 행정을 펼친 이병욱(58·사진) 전 유림동장의 퇴임 인사다. 지난 20일 31년 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이 전 동장의 퇴임식이 유림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렸다.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띠며 가족과 함께 청사를 나선 그이지만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청원경찰로 공직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 전 동장은 비록 기능직이지만 1993년 지방전기원으로 특별임용됐다.

주간에는 청원경찰로 일하고, 퇴근 후에는 밤 늦게까지 수원으로 학원에 다니며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특별임용이라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정식 공무원이 된 후에는 운동장 관리와 함께 체육 단체를 도맡다시피 했다. 체육단체를 상대하는 체육업무는 주말 근무는 물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곳이어서 기피부서 1순위일 정도로 꺼리던 업무다. 그러나 그는 모두가 꺼리던 그런 업무를 14년간 우직하게 해냈다. “그 때에는 천직인줄 알았어요. 지나고 보니 네 분의 시장님을 모셨더군요. 가장 노릇을 제대로 못한 아내에게 가장 미안해요. 한창 성장할 때 함께 하지 못한 아이들한테는 잘 커줘서 고맙고요.” 이 전 동장의 우직한 성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우직함과 성실성은 비롯 더디지만 빛을 발했다. 공직생활 18년 만에 팀장 보직을 받으며 승진한데 이어 2013년 기능직에서 지방공업 주사로 일반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듬해 회계과 시설물관리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그의 부지런함은 이어졌다. 매일 오전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시설 점검에 나선 그였다. 그런 성실함 때문일까. 2016년 청원경찰은 물론 기능직 출신으론 처음으로 사무관 승진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상하동장으로 발령받아 동의 최고 책임자가 됐지만, 변함없이 늘 한결같았다는 게 공무원들의 평가다. 주민들이 부르면 언제건 달려갔다. 하소연하면 경청하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해결했다. 주민 속으로 녹아든 행정 때문일까? 직원들과 주민들은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을 담아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는데, 이 전 동장은 감동의 눈물로 고마움을 전했다.

“때론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역경과 어려움에 주저앉거나 떠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지만, 함께 고민해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어깨를 다독여준 선배 공무원과 동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난 31년간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고 보람 있는 날들이었습니다.” 퇴임하면서 남긴 이 전 동장의 말이 진심임을 알기에 그를 떠나보내는 주민들과 동료 공무원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웃으면서 그를 보낼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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