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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순간 언제나 함께 한 ‘오동나무’
  • 신승희(생태활동가)
  • 승인 2018.12.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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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숲에서 만난 오동나무는 엄청 큰 나무로 기억된다. 키도 훤칠하지만 잎이 엄청 컸다. 도형의 오각형을 연상시키는 잎은 그 압도적인 크기로 다른 나무와 구별됐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열매도 없는 오동나무는 어린 필자에겐 그저 크기만 크지 쓸모없는 나무로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로 시작하는 대중가요를 들으며 오동나무는 익숙해졌다. 

나이가 들어 오동나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건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였다. 왜? 딸인 필자로서는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동나무는 빨리빨리 자라는 나무로 유명하다. 보통 1년에 1~2미터 가까이 자란다고 하니 십수 년이 지나면 가구를 하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자라게 된다. 그래서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 몇 그루를 심어 딸이 성장해 시집갈 나이가 되고 혼례를 치르면 그동안 자란 이 나무로 농이나 문갑 같은 가구를 만들어줬다. 또한 장례를 치를 때 사용할 관을 만들기도 했다니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오동나무와 함께였다.

오동나무를 옛말로 ‘머귀나무’라 했는데 머귀 오(梧) 머귀 동(桐)자를 써서 오동(梧桐)나무란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현재 머귀나무란 이름을 가진 나무가 제주도에 많이 자라는데 육지의 오동나무와 관련이 많다. 제주에는 오동나무가 없다 보니 오동나무 대신 머귀나무를 같은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상주가 잡던 지팡이 ‘상장대’이다. 원래 상장대는 오동나무관을 만들다 남은 것으로 만드는데 오동나무를 구하기가 어려워 오동나무와 음이 같은 머귀나무를 썼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대나무로 만든 상장대를 쓴다.  

오동나무는 동아시아의 특산식물로 1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오동나무와 참오동나무가 산다. 오동나무는 학명이 ‘Paulownia coreana UYEKI’로 학명이 ‘P. tomentosa Steud’인 참오동나무와 구분된다. 굳이 일반인들이 알 필요도 없는 학명을 거론하는 것은 오동나무의 학명 가운데 우리나라를 표시하는 coreana(코리아나)를 주의 깊게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서 알 수 있듯이 오동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나무라는 뜻이다. 반면 참오동나무는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에도 자생하는 나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이 두 나무는 멀리서 보면 거의 비슷해 일반인들은 구별이 힘들다. 다만 꽃이 피면 고깔처럼 생긴 꽃잎 안쪽에 자주색 줄이 있으면 참오동나무, 없으면 오동나무로 구분한다. 넓게 퍼져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생명력이 크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참오동나무가 더 많이 보인다. 그러니 자주색 줄이 없는 꽃나무를 보면 더 반갑게 더 귀하게 여길 일이다. 

꽃은 5∼6월에 연한 자주색, 보라색으로 피는데 고깔처럼 생긴 꽃이 여럿 모여 핀다. 지고 나면 열매가 달리는데 달걀모양으로 길쭉한 원형이지만 끝이 뾰족하게 생겼다. 안에 씨앗이 다 익으면 갈라지는데 날개 달린 수많은 작은 씨앗들이 한가득 들어 있다가 바람 좋은날 멀리 날아가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예전에 ‘데릴남편 오작두’라는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의 직업이 가야금을 만드는 장인으로 나왔다. 산속 오두막집 마당에 커다란 오동나무가 있었고 막판에 그 나무를 베어 가야금을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드라마 중간 가야금을 만드는 과정이 얼핏 다뤄져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다. 좋은 악기를 만드는 데 있어 좋은 재료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야금을 만드는 오동나무는 20년 이상 자란 나무 중에서 고르는데, 수분을 머금은 봄과 여름보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스스로 수분을 배출하는 가을과 겨울에 벤 나무를 더 좋게 친다. 오동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세포벽이 유연하고 얇아 소리가 잘 나오고 잘 울린다고 한다. 이는 빨리 자라는 오동나무 속성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유추해본다. 이후 수많은 시간과 노력, 정성을 들여 천상의 소리를 내는 멋진 악기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가야금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우륵도 역시 오동나무 가야금을 만들었고, 왕산악도 오동나무로 거문고를 만들었다.  

몇 년 전 남편이 오동나무 가지를 주워와 악기를 만들었다. 주워온 가지 가운데에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 구멍을 활용해 가지들의 길이를 달리해 일렬로 묶었더니 팬플릇과 비슷한 모양이 됐다. 불어보니 제법 악기스러웠다. ‘오동이’라 부르며 아이들과 한참을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원래 오동나무 가지들은 속에 구멍이 있다. 잎에 달린 잎줄기에도 구멍이 있다. 마치 대나무와 비슷하다. 대나무도 오동나무도 빨리 자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둘 다 속에 구멍이 있다. 속을 꽉 채우며 자라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 여겨 그런 것 아닐까? 이것도 선택과 집중의 전략인 건가!

신승희(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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