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택시 운행 이상설 씨
하루 한 명 택시비 무료

“학생 추우니까 얼른 타. 학교까지 태워줄게.”

갑작스런 제안에 멈칫 하던 학생은 택시를 둘러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탔다. 선뜻 탑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행복택시’였기 때문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학교까지 무료로 태워주는 행복택시가 나름 유명하단다.

행복택시 기사 이상설 씨는 2016년 개인택시 운영을 시작했다. 용인시가 퇴직 공무원 한 명에게 개인택시 면허를 허가했는데 이 씨가 30년 소방공무원 경력을 인정받아 그 주인공이 됐던 것이다. 이상설 씨는 당시 수십명 경쟁자 중 자신이 혜택을 받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함과 미안함이 앞섰다고 했다. 그 마음을 갚을 방법을 찾게 된 것은 택시 운전을 시작한지 한 달쯤 됐을 때였다.

“처인구 마평동에서 택시 예약이 들어왔는데 영 안 나오시더라고요. 기다리고 있는데 한 엄마가 나오더니 오늘 아기가 첫돌이라 예쁘게 옷을 입히느라 늦었다고 죄송하다고…. 뒤를 돌아보니 아기가 방긋 나한테 웃어주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이상설 씨는 자신도 모르게 “오늘 돌잔치 장소까지 무료로 태워주겠다”고 말했단다. 그게 시작이었다.

택시비 무료 대상은 아이를 안고 무거운 짐을 든 부모, 늦게 귀가하는 학생,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군인, 노인, 장애인 등으로 이상설 씨가 매일 나름의 기준으로 정한다. 공식적으로는 하루 한 번으로 정했지만 지나가다 눈에 띄면 언제든 행복택시에 태운다. 수능 때는 택시 곳곳에 ‘수능 대박’ ‘성공 기원’ 등의 문구를 써서 학생들을 시험 장소까지 안전하게 태워주기도 했다.

행복택시가 특별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소방관 출신답게 택시 내부 역시 보통택시와 뭔가 다르다. 조수석에는 무전기를 설치해 위급 상황 시 소방서로 곧장 연결되도록 했다. 손님을 위해 뒷좌석에는 안마기, 인형, 태블릿PC 등과 함께 행복택시를 소개하는 책자를 준비해뒀다. 트렁크에는 심장 제세동기와 소화기, 길을 가다 사고가 난 차량에 갇힌 승객을 구하기 위한 특수기구까지 각종 구조장비들을 구비해 놨다. 모두 이 씨가 자비를 들여 마련한 것이다. “시민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나설 수 있으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둬야죠. 언제 어디서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이상설 씨는 이외에도 교통 지도를 하는 자율봉사대, 학교안전지도관, 동부경찰서 양지파출소 방범 순찰 대원 등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다. 아무리 봉사가 좋다지만 지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언제까지 행복택시를 운영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행복택시를 운영하면서 오히려 제가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거 같아요. 언제까지요? 글쎄요. 봉사는 끝이 없습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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