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쯤 보호소로 들어온 흔한 생김새의 백구입니다만 겪을수록 매우 특별함이 느껴지는 아이입니다.
지켜보니 소파 위가 익숙하고 사람의 품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아이입니다. 
이 아이가 보호소에 들어온 사연은 이렇습니다. 어느 한 카페, 애견카페가 아닌 사람이 이용하는 카페에서 두 달여 간 지냈다는데요. 이 아이는 그 카페에서 걷어주지 않고 내쳐졌습니다. 사람 품에 파고드는 이런 애를. 사설보호소가 아닌 시 보호소 및 시 관련 보호소란 곳은 안락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두 달의 인연을 내친 이 카페 주인은, 더구나 골든리트리버라는 대형견까지 키우는 그는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요.

두 달 동안 카페 손님들에게 귀여움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행동이 귀여움을 충분히 유발해요. 굉장히 애교 많고 사랑스러우니까요. 야외 테이블에 마킹하는 모습이 싫다는 손님들이 있어 결국 보호소로 보내지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인이 키우고자, 거두고자 하는 마음만 있었다면 방법은 충분히 있었을 것입니다. 짧다면 짧지만, 어찌 보면 길기도 한 두 달 간 인연의 끝을 정리하는 방법이 안락사를 당할 수 있는 보호소로 보내는 것밖에는 없었을까? 그 뿐이었을까? 딱히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만도 아닌, 어쨌든 마음이 참, 그렇습니다. 

산책 시나 구조병원 내부에서도 마킹이 심한 아이는 절대로 아닙니다. 떠돌이로 헤매다 정착한 그 카페가 참 좋았을 겁니다. 그 두 달여 이쁨받던 나름의 시간이 행복했을 거에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겠죠. 돌아가고 싶겠죠.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갇혀 지내야 하는 고통의 상황에 아이는 점점 지쳐갑니다. 사랑과 자유는 잃고, 이전의 기억과 현재의 고통만이 뚜렷한 이 아이는 감기조차 잘 떨쳐내지 못합니다. 잠깐의 보호소 앞마당 산책 후, 철장도 모자라는 탓에 비좁은 플라스틱 캔넬(이동장)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너무도 싫은 것 같습니다. 다른 개들이 짖는 소란한 구조병원 내부 환경도 내키지 않는다는 듯 문 앞에서 잠시 버팁니다. 그 작은 고집이 오직 싫다는 표현의 전부입니다. 

소파 위에서 잠을 청하는 아이, 사람의 무릎 위에 턱을 가만히 올려놓고 눈을 지그시 감는 아이, 점퍼를 얼굴로 제치고 품속으로 파고드는 이 아이는 주로 실내에서 사는 여느 반려견의 행동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 대부분은 사람들 처분에 따라 개고깃감이 되기도 하고, 보호소 안락사감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이 아이가 반려견으로서 손색없는 백구라는 겁니다. 우리나라 반려문화, 애견문화에서 이런 아이가 마당견 아닌 반려견으로서 삶을 사는 모습을 기대하기란 아직 쉽지 않죠. 아직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자기의 덩치가 크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은 아이, 이 아이의 기억은 혹여 사랑받았을지 모를 새끼 강아지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아이에게 포근한 소파와 침대, 무엇보다도 반려의 마음을 공유하실 분이 나타나 주면 좋겠다는 바람뿐입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