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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적이 아니다

취재를 하며 발걸음이 가벼운 때가 있고 정반대인 경우가 있다. 좋은 소식을 전할 때는 전자인 경우가 많다. 인터뷰 대상자도 대체로 호의적이고 기사 부담도 덜하다.

반면 누군가에게 분명 유리하지 않을 상황이라면 당연히 기사가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욕먹을’ 각오하고 취재에 들어가는 건 ‘알려야만 한다’는 기자의 판단 때문이다.(라고 말하면 또 욕을 먹겠지만…)

이런 기사에 취재원은 기자를 피하기도 하고 또 적극적으로 입장을 설명하기도 한다. 뭐든 자유겠으나 기자는 되도록 자신이나 단체(기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달라고 설득한다. 기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반론의 기회는 있고 그 또한 전달하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개인이 아닌 ‘시민의 대표’라면 더 그렇다. 시민들이 자신을 대표하도록 뽑은 선출직 공무원들은 싫든 좋든 자신의 공적 행동이나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지난달 27일 7대 용인시의회의 첫 행정사무감사가 한창인 한 상임위원회 회의실 앞은 시끌벅적했다. 이 상임위는 앞선 일정에서 한 산하기관 대표이사 임명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글을 낭독한 후 관련 부서가 낸 동의안 3건을 일괄 부결시켰다. 시의회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했으니 시와 당사자가 나섰다. 먼저 양진철 제1부시장이 시를 대표해 해당 상임위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사과했다. 이어 산하기관 대표가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기자는 모두 3명. 이들의 마음이 가벼웠을 리는 만무하다. 그래도 이 상황을 시민에게 알리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돌아가는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사진 찍힘’을 적극적으로 항의한 누군가나 기자 질문에 불쾌하면서도 일일이 답한 누군가나 모두 기분이 좋은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일이 터졌다. 공개 사과에 들어간 모 기관 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상임위 회의실에 들어가려는데 시의회 사무국 직원이 문을 막아선 것이다. “공개된 자리고 기자가 취재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문은 사과가 끝나고 당사자가 나올 때까지 열리지 않았다.

상황은 물론 시의회 생중계 영상을 통해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화면은 현장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 미묘한 흐름까지 읽을 수는 없다. 글쎄 그게 꼭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당시 ‘기자의 판단’이라고 해두자. 필요 없을 건 또 무엇이고 만천하 공개된 자리에 기자가 못 들어갈 이유는 무엇인가.

7대 용인시의회는 시작부터 수월하지 않았다. 의장단 선거부터 삐걱댔고 임시회를 거쳐 정례회까지 한쪽 정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하는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당연히 언론에 비판 대상이 됐다.

그래서일까. 최근 시의원들이 기자를 대하는 분위기가 조심스럽다. 전화나 만남을 아예 피하기도 하고 비판 기사를 의식한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이제 살살들 해 달라”고 달래는가 하면 모 언론사 기자에게는 ‘뭐든 기자 마음대로 판단하시라’고 했다는 ‘무시무시한 썰’도 돈다.

“Journalists are not the enemy(언론은 적이 아니다)”

지난 8월, 미국 신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을 비판하는 사설을 일제히 게재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가짜뉴스’로 치부한 트럼프의 언론관에 대응해 공동전선을 펼친 것이다. 보스턴 글로브의 제안으로 시작된 연대 사설은 일간지부터 지방지까지 전국 매체 350여 곳이 동참할 정도로 뜨거웠단다. 보스턴 글로브는 먼저 ‘언론은 적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냈다.

뉴욕타임스도 ‘자유로운 언론은 당신이 필요하다’라는 사설에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택하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정부 없는 신문)를 택하겠다”고 말한 토머스 제퍼슨 전 미대통령의 말을 언급했다. 모든 언론사가 이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지만 350여개가 동참한 것이 맞다면 일부만의 문제제기는 아니었던 듯하다.

언론 없는 용인시를 원하십니까. 이 질문에 시민도 시의원도 공무원도 부정하길 바란다. 비판에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면 당당히 해 달라 부탁하고 싶다. 자유로운 언론은 받은 자유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질 것이다. 그렇지 못한 언론이 있다면 과감히 비판해야 한다. 입을 틀어막고 문을 걸어 잠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없다.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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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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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18-12-06 14:06:00

    현실인식조차 불가능한가;;; 자기반성에 절필했던 과거 기자 대선배들을 우습게 보는건가. 전원구조 쌩쇼하던 인간들 이후로 기레기 기발놈 기자개새란 말도 생겨난 마당에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국민이 우스운건가..... 향응에 접대나 쳐받고 충기 똥꼬나 빨던 인간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최소한 자기 반성이라도 하자....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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