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새누리당 시장선거에 출마한 어느 분이 만나자고 했다. 나에게 안국포럼의 명함을 주며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안국포럼의 모 위원이라고 소개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초기에 ‘고소영’ 등의 풍자적 표현이 언론지상에 둥둥 떠다니던 시기였다. 명함을 받으며 나는 그 분 면전에 “이명박 대통령 싫어합니다”라고 했다. 그분은 정말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왜요? 의리가 있는 분인데요”라고 했다.

“네. 의리는 있으신듯 합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잘 챙기시네요. 그런데 대통령이 조폭도 아니고 정의가 아니라 의리가 있으시니 싫다는 겁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정의가 필요한 게 아닌가요?” 국민들의 세금으로 국가에서 녹을 받고 세비를 받으면서도 공적인 일에서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사람들. 자신이 서 있는 위치가 여전히 구별이 안 되나 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직도 혼미한가 보다.

국회의원이든, 시장이든, 도의원이든, 시의원이든 국민들이 투표해 그 자리에 세워둔 것은 의리가 아니라 정의를 지키라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자 했다면 동문회든, 친목회든, ××연합회 회장을 했어야지 왜 정치인이 되고 공직자가 되나.

요즘 여러 가지로 세상은 어지럽고 사는 건 팍팍하다. 매일 뉴스에는 사립유치원 문제가 시끄럽게 올라 온다. 촛불혁명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대통령은 국공립유치원 40%를 내걸었었다. 그런데 용인은 꼴찌다. 경기도에서. 그런 참담한 현실을 알게 된 용인시민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몹시 부끄럽다. 그래서 참다못한 용인의 시민단체들이 <용인 유아교육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연대>를 발족시켰다. 용인의 유아교육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대통령이 있는 여당의 지방의원이 국공립유치원이 왜 필요하냐는 망언을 했다는 소식을 오늘 또 들었다. 무지한 건가 부패한 건가? 여당의 지방의원이 대통령의 중요한 공약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여당의원은 모반인가? 아니면 대통령과 국민들 사이의 이간질인가? 의리를 지키기 위함인가?

그건 지금 여당이 취해야 할 바는 아니다. 국민들이 세금으로 녹을 주는 것은 사사로움이 아니라 국민들의 팍팍한 삶을 돌보라는 것이다.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다면, 내려와야 한다.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선 용인 학부모들과 시민들은 ××연합회 회장 같은 정치인이 아니라 통찰력과 정직함을 갖추고 공정함과 정직함을 실현하는 그런 정치인을 필요로 한다.

국민들은 열심히 세금을 내고 정치인들에게 국가와 지역의 운명을 맡겼다. 정치인들이 의리와 정의 사이에서 길을 잃으면 국민들은, 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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