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자산 소유, 공동체 자립 지원

로컬리티 홈페이지 첫 화면. 지역사회 조직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조직인 로컬리티는 커뮤니티의 힘을 믿는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태동한 나라 영국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양극화, 실업, 지나친 개인주의 등과 같은 사회문제가 넓게 퍼져있다. 영국 국민들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버밍험 캐슬베일의 주택조합을 통한 도시재생이나 공유공간을 활용해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리메이커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공동체 자립사업이다. 수많은 조직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거나 지역공동체 유지를 위한 자산 확보에 힘쓰고,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문제를 보완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의 한결같은 목표는 지역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이를 통해 사회와 지역 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영국 내 지역공동체를 지원하는 런던 코햄스트리트에 위치한 민간조직인 로컬리티(Localty)를 찾았다. 영국 내 600여 개 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로컬리티는 지역사회 단체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지원할 수 있도록 지역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역조직이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영국 내 로컬리티 회원 조직을 보여주는 지도.

로컬리티가 하는 일은 크게 4가지다. 전문지식과 전문가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 공동체 변화를 위한 정보를 공유한다. 두 번째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생산된 자료를 각 지역단체가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한다. 이는 지역사회 프로젝트 지원과 맞닿아 있다. 세 번째는 회원 간 네트워크 지원이다. 각 단체가 경험했던 일을 다른 지역사회 조직과 공유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지역사회 조직을 위해 더 좋은 운영 환경을 조성하고 개선하는 일이다.

로컬리티가 네트워크를 통해 지원하는 인원만 매주 40만명에 달한다. 네트워크에서 일하는 직원과 자원봉사자는 4만5000명에 이르고, 지역사회에 기반한 회원 단체에게 2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컬리티운동은 18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난한 지역에 대학이 들어가서 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 역사에서 출발한다. 여기에서 뻗어 나간 조직이 곳곳에서 여전히 지역공동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컬리티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 지역사회 조직을 강화해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로컬리티 개발부장으로 있는 데이비드 씨의 설명이다.

로컬리티가 제시하고 있는 커뮤니티 힘의 원천 그림

데이비드 씨는 공동체 활동이 지역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협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다양한 활동은 민간단체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치인, 정책연구 전문가 등이 협력해야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디어 활용이 더해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씨는 “우리는 주인의식이 커뮤니티를 활성화 하는 핵심 열쇠로 보고 연구하고 있다”며 “무슨 문제가 있는 파악하고 주인의식 제고와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씨는 로컬리티의 정책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민간이든 정부가 소유했듯 공공재 성격이 있는 자산을 매각할 때에는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또 지방정부가 토지나 건물을 매각하더라도 6개월 이내 재매각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지방정부가 예산을 집행할 때에는 지역에서 경제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데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국가나 지방정부, 또는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지, 국유지 등의 토지나 비어 있는 건물을 마을만들기 단체나 조합 등 지역단체가 싼 가격에 매입하거나 임대해 생기는 수익을 지역주민의 공공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1조원이 넘는 로컬리티의 자산 규모에서 공동체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영국의 지역자산화는 한국사회 공동체의 기반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다르지만,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강력한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데이비드 씨는 공동체 참여의 영향력 제고의 중요 지점은 회원 단체들 간 연대와 협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조직을 지원하는 로컬리티, 지역 공동체의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도시재생에 나선 캐슬 베일, 저소득 주민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는 리메이커리. 그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높은 시민의식과 적극적인 참여, 연대와 협업은 한국사회와 압축성장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용인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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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시와 협업 경험, 로컬리티 데이비드 개발부장
“공동체 참여 통한 사회변화 가능성 발견”

서울시와 협력사업을 진행하며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느낀 게 있다면.
“한국에서 발견한 것은 지방정부와 공동체 사이에 중간지원 조직이 있다는 것이었고, 문화적인 차이나 경쟁이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공동체 간에 형평성 시비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영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회 구성원 중 25%만이 지원을 받고, 지역사회 구성원의 3% 정도만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의아했다.”

제도나 단체나 네트워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사회는 법규나 조례 등에 다소 문제가 있어 보였다. 아마도 한국이 영국과 같은 지역 자산화를 하려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 자산 관리에 있어서 분야별로 나뉘어져 있고, 주체간 공유도 잘 안되는 것 같았다. 투자와 관련해서 한국은 ‘칵테일 펀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펀딩 저 펀딩이 섞여 있다. 누가 주인인지 소유권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회와 긍정 요인을 꼽는다면.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티에 공동의 자산이 필요한데, 소유권 이전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다. 공동체 자산화에는 책임과 헌신이 뒤따른다. 자산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있는데 충분하지 않더라. 영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을 봤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공동체주택조합운동이 보이던데, 공유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인다. 다만 크라우드 펀딩이 제대로 되려면 법령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로컬리티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게 있다면.
“현재 어려운 점은 투자금이다. 중앙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지난 5년간 예산이 줄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났다. 정부에 제안한 여러 펀딩이 줄어들어 심각한 재정문제를 겪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브렉시트르 하기로 했는데, 이 문제가 사회를 반으로 갈라놓아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에선 공공용 토지나 건물에 대해 공동체에 우선권을 주는 것도 아니고. 가격도 비싸다. 조언을 해준다면. 아울러 지역자원을 지킨 사례가 있다면.
“그건 런던도 마찬가지다. 매각이 어렵다면 지방정부가 가진 권리를 이용해서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게 책정해서 공급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동체 주택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영국이라고 지방정부가 다 허가해주는 것은 아니다.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 사례마다 중앙정부가 검증하는 시스템이 있다. 그래서 불허가가 떨어지기도 한다. 사례로는 양로원이 없어지려는 것을 지킨 적이 있다. 왜 지키려고 하는지 잘 제시해야 하는데, 이럴 때 로컬리티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공공자산이 없어진다고 할 때 그것을 지키려는 데 힘을 보탰다.”

로컬리티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로컬리티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면.
“프렌차이즈 카페를 하다가 실패한 뒤 비즈니스를 공부했다. 평소 사회적 변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관련 일을 하다가 로컬리티에서 근무하게 됐다. 우리는 공동체 참여를 통해 사회변화를 바라는 사람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투자금이 줄어드는 등 경제가 좋지 않다. 사람들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공동체가 잘해야 한다는 경각심과 의식이 쌓이고 있다. 할 일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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