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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주변을 배회하던 떠돌이견 ‘구리’ 이야기
  • 기미연(용인시동물보호협회 회장)
  • 승인 2018.11.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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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추웠던 작년 겨울, 12월 한파 속에서 공장 주변을 떠돌며 살던 믹스견이었습니다. 암컷인 이 떠돌이견은 설상가상으로 새끼 두 마리를 낳아 거느리고 다니고 있었답니다. 밥 주시며 돌보시던 분의 사정상, 새끼 두 마리야 어찌해보겠다고 품으셨지만, 모견까지는 품을 여력과 돌보실 여건이 안된다고 하시며 보호소로 보내셨습니다.

10일 이후 안락사 신세. 주인이 찾을 공고기한인 10일도 무의미한 떠돌이견입니다. 차에 치일 뻔도 여러 번. 다행히 사고를 안 당하고 목숨을 부지한다 할지라도 떠돌며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 돌볼 사람 없는 모견과 그 자견들의 길 생활은 뻔하겠지요. 대대손손, 철철이 번식을 거듭할 그들의 길거리 생태 또한 뻔합니다.

사람을 아주 잘 따르며 순하고 착한 것으로 봐서 이 녀석에게도 한때나마 인연이었을 주인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강아지 외모보다는 언뜻 보면 야생동물 너구리를 떠올리는 개성있는 이 녀석을 ‘구리’라 불러주었습니다. 사람을 매우 좋아해 교감력이 뛰어나고 성격도 매우 착하고 순하며 영리했던 구리는 봉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입양에 대한 문의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흔히 입양하는 ‘애완견’스러운 작은 품종견이 아닌 믹스 마당견이었으니까요. 길거리를 떠도는 마당견 이미지의 믹스견들은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온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려견으로서 입양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러한 입양문화입니다.

보호소에서 오래 고생하는 구리를 살리려면 해외 입양의 길밖에 없었고, 구리는 캐나다 벤쿠버의 사랑 넘치는 가족 품에 안겼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게브리올라 섬이라는 아름다운 섬으로의 여행도 떠났고요. 정녕 가족의 일원이 된 구리입니다. 매서운 강추위 속에 공장지대를 떠돌던 유기견. 사상충이란 질병에 감염돼 있었고, 사람에게 차이고 차에 치일 뻔하던 떠돌이견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가족의 일원, 반려견이 돼 있는 모습에 먹먹할 뿐입니다.

우리나라 유기견들 중, 특히 마당견, 믹스견, 대형견들의 현실은 너무 막막하고 숨이 막힐 듯 답답합니다. 용보협은 이런 아이들을 해외입양을 시켜서라도 좋은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보람과 희망으로 버팁니다.

배변도 완벽하다는 구리, 영리하고 애교 많고 사랑스운 구리. 이런 아이일지라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마당견은 반려견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고착돼 있는 문화이기에 이런 아이들에게는 입양 문의도 없고 입양이 여의치 않은 현실입니다. 어쩌겠습니까. 품종과는 상관없이 모든 개가 반려견으로서 지위를 갖는 동물복지선진국인 해외로라도 떠나보내 행복을 찾아줘야지요.
방석에 편안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세요. 배변 완벽하고 영리하고 애교 많은, 여느 작고 귀여운 실내견들과 같다는…. 이런 것들을 차치하고 마당견들 역시 따뜻한 방석이 좋은 아이들입니다. 사람 품이 그리운 아이들입니다. 얘들도 춥습니다. 덥습니다. 그리고 아픕니다. 다만 죽지 않을 뿐입니다.

이런 믹스마당견의 모습을 한 유기견들에게도 편견에서 벗어나 따뜻한 방석과 품을 내어주실 입양자님이 많이 생기기를 더욱 절실히 바라게 되는 추위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계절입니다.

기미연(용인시동물보호협회 회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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