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서점이 하나둘 문을 닫더니 어느 땐가 서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다행히 최근 독특한 테마로 다양한 모습의 동네서점들이 생겨나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입동을 지나 어느덧 소설마저 12월의 길목에서 개성 넘치는 경기도 동네서점과 특별한 독서공간을 만나 본다.

눈부신 서른 살의 가을 수원 동네책방 ‘서른책방’

큰길에서 한참 들어 온 주택가. 조용한 거리 한쪽에 있는 듯 없는 듯 서른책방이 자리한다. ‘COFFEE BOOK’이라 쓰인 작은 간판이 없었다면 그냥 무심코 지나칠 평범한 길이다. 책방 앞에 서니 그제야 스케치북 만한 입간판이 하나 더 보인다. ‘서른’이라니 그 시절을 지낸 사람에게는 아련하면서도 진하게 다가오는 감성 넘치는 이름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한 면을 채운 책장에 눈이 간다. 유명인사의 책도 보이지만 대부분 독립출판 서적들이다. ‘세상만사 그런대로’, ‘이달의 남자’, ‘신춘문예 낙선집’ 등 서툰 디자인에 투박한 표지지만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보석 같은 책들이다. 책 표지에 붙은 저자의 친필 메모를 읽자니 그들의 따뜻한 마음까지 전해진다. 이름처럼 서른 살 청년 둘이 운영하는 동네서점 겸 카페로 향 짙은 커피와 도넛을 먹으며 포근한 책을 만날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와 문장을 자신만의 노트에 담는 ‘독서, 필사 모임’, 처음 소설을 쓰는 이들을 위한 ‘나 만의 짧은 소설 1편 완성하기 미니픽션’ 등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읽은 책을 ‘책방 릴레이’ 코너에 있는 책과 교환도 가능하다.
수원시 영통로 174번길 79, 홈페이지
instagram.com/30books
이용요금 : 아메리카노 3800원, 쓰어다
                 (베트남연유커피) 4000원, 호머도넛 3700원

풍성한 이야기를 품은 동네서점 의정부 ‘인생서점’

의정부의 신도시 민락동 아파트 숲. 책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삶의 방향을 잃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길을 찾게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인생서점이 탄생했다. 이곳의 테마는 동네서점인 만큼 동네 사람들이 찾는 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 주로 오전 시간에 엄마와 아이들이 책방을 찾고 모임을 진행하니 자연스럽게 동화책과 그림책이 많아졌다. 그림책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책장 곳곳에 붙은 메모다. 책 속의 공감 가는 글귀나 짧은 서평이 예쁜 글씨로 정성스레 적혀 있다. 책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는 건 물론, 배려심 깊은 주인의 따듯한 마음까지 전해진다. 서점이 귀해진 요즘 시기에 주택가의 작은 동네서점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 서점을 공유공간 삼아 모임을 만들고 서로의 재능을 나누며 지역사회와 소통해 나가는 출발점으로서 주목 받기 때문이다. 인생서점 역시, 동네의 특별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동화책 읽기 모임의 엄마들이 옛 이야기 교수를 초빙해서 특강을 열고, 필사 모임 회원들이 작가를 초대해 북 콘서트를 연다. 또 서점 회원인 요리사가 원데이 쿠킹클래스를 진행한다. 책과 함께 곁들이는 진한 커피만큼이나 향기로운 서점이다.(문의 031-852-0410)

의정부시 송현로 82번길 85 홈페이지 life-book.blog.me
이용요금 : 모든 음료 3000원, 나무회원 월 5000원

그림책과 인문학 과천 ‘타샤의 책방’

타샤의 책방은 주로 그림책을 다루는 책방이다. 자연을 벗하며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든 타샤 튜터처럼 한평생 책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타샤의 책방’으로 이름 지었다. 책방 안에 들어서면 사방을 메운 하늘색 책장과 알록달록한 소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서도 예약 주문된 책이 여행 가방에 담겨있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책들의 설렘이 보이는 듯하다. 타샤의 책방은 기본적으로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지만 음료와 함께 비치된 동화책과 소설을 마음껏 볼 수 있고 다양한 문화 체험이 이뤄져 과천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손색이 없다. 특히, 다채로운 모임과 워크숍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만들기’, 악어엄마 작가와 함께 ‘악어 만들기’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성인 대상의 다양한 강좌와 인문학 프로그램도 인기 좋다. 초·중등 학부모를 위한 한국사, 세계사 특강, 작가와 만나는 그림책 심리학 북 토크 등을 진행했다. 책방이 위치한 과천부터 인근지역 엄마들까지 이미 소문이 자자한 동네 책방이다.(문의 02-502-5343)
과천시 별양상가1로 37 신라상가 3층 홈페이지
blog.naver.com/lacon71
이용요금 : 아메리카노 3900원, 카페라떼 5000원,
                 철학 그림의 선 5만원(강좌 5회, 음료 포함)


아담하고 예쁜 책방&북스테이 양평 ‘산책하는 고래’

가을이 아름다운 용문산으로 향하는 길. 조용한 전원주택 단지 속 아담하고 예쁜 집에 동네서점 ‘산책하는 고래’가 있다.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온통 책 세상이다. 동화 속에서 보물찾기 하듯 이곳저곳 책장을 살피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다면 창가 테이블에 한자리 차지하고 초겨울을 즐겨도 좋다. 책을 사면 향긋한 커피는 무료다. SNS용 셀카를 남겨도 좋을 만큼 감성적으로 꾸며졌으며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산책하는 고래는 오후 6시까지 동네서점으로 운영되고, 이후에는 오로지 한 팀만을 위한 특별한 북스테이 공간으로 사용된다. 북스테이 룸은 서점 맨 안쪽에 있는 방으로 더블 침대와 나무 소파, 작은 책상과 화장실이 있다. 바로 옆에는 그림 책방이 위치한다. 복층 구조로 돼 있어 비밀 다락방에서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이들에게는 작고 예쁜 책방에서의 특별한 하루가 오래 기억될 것이다. 다음 날 아침에는 1층 책방 테이블에서 빵과 샐러드, 커피가 포함된 조식을 제공한다.(문의 031-771-7863)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340-20 홈페이지
blog.naver.com/whalestory3
이용금액 : 북스테이 1인 9만원, 2인 11만원,
                  4인 이상 15만원(1박 기준)

자연 속 독서 힐링 ‘별난독서캠핑장’

별난독서캠핑장은 청정 자연 속에서 책과 함께 쉴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학생이 줄어 폐교된 채로 방치돼 있던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캠핑장이다. 최근에 문을 연 캠핑장답게 깔끔하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 캠핑장이 사랑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책이다. 옛 학교 건물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5400여 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캠핑장을 찾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아울러, 가족 캠핑 프로그램, 유아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 방과후 학교, 작은 도서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독서세끼’. 각종 체험과 산책을 즐기면서 저녁에는 작가와의 만남, 북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이후 다양한 독서 독려 이벤트에도 참여하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캠핑장 이용객을 위한 열린 프로그램이라 원하는 경우에만 자유롭게 참여하면 된다. 작은 도서관에서는 초·중·고생 공부방을 열고 우쿨렐레와 한지공예 등 지역민을 위한 정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캠핑장이 들어서고 왕래하는 사람이 늘면서 적막하던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단다.(문의 031-959-9506, 5050)

파주시 법원읍 술이흘로 1315 홈페이지 pajubookcamp.com
이용금액 : 야영장 평일 2만원, 주말 2만5000원

정리 함승태 기자·사진 경기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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