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자들이 일컫기를 이탈리아 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오른쪽은 동부지중해라고 하고 서쪽을 서부지중해라고 합니다. 그 서부지중해를 바르셀로나에서 크루즈에 승선해서 프랑스 마르세유와 이탈리아 피렌체·로마·나폴리·카프리섬 등을 여러 일행들과 함께 여행했지요. 이번 여행 중에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판테온을 구경하며 지나다가 그 앞 광장에서 우연히 젊은 성악가의 거리공연을 만났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려 했으나 처음에는 조용하고 잔잔하게 시작되던 노랫소리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렀을 때 발걸음이 자연스레 멈춰졌습니다. 이윽고 수많은 관광객들의 감성마저 쥐어흔들면서 폭발했을 때는 마치 대형 공연장에 모여든 관객들마냥 광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와 함께 있었던 많은 분들은 여행이 주는 잔잔한 피곤함마저 녹여버리는 대단한 감동을 얻었다며 얼굴에 홍조를 띄더군요. 이탈리아는 갈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패셔너블한 차림새의 멋진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도 눈이 가지만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건축·미술·음악 분야의 유산을 보고 듣고 느껴지는 우월감이 참 대단하다는 감탄과 부러움만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글 방향을 이탈리아 쪽으로 향해봅니다.

이탈리아의 대중음악을 두고 ‘칸초네’라고 하지요. 칸초네와 프랑스의 샹송은 차가워지는 가을 날씨에 댕기는 따뜻한 음식이나 장소처럼 간절함이 있습니다. 아마도 막연하게 그 언어가 주는 부드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에게 알려진 대부분의 샹송과 칸초네 분위기는 따뜻했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대중음악에는 칸초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음악이 사랑받고 있으며, 많은 가수들이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Stand By Your Man’을 아주 허스키하고 매력적으로 부른 인기 드라마를 통해 소개됐던 프랑스 전 대통령 부인 ‘카를라 부르니’와 록스타 ‘쥬케로’ 등이 이탈리아 혈통입니다.

블루스 쪽에서는 수잔 테데스키(Susan Tedeschi)라는 쟁쟁한 가수가 있어요. ‘테데스키’라고 하니까 이름이 주는 이미지가 러시아나 동유럽 쪽을 연상시키는데, 엄연히 이탈리아 이름입니다. 미국 메사추세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름에서 주는 혈통의 존재감을 항상 간직하며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보컬리스트입니다. 수잔은 불과 6살의 나이에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면서 음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스물셋의 나이에 자기 이름을 건 밴드를 조직하고 블루스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나이 서른이 되는 2000년에는 그래미 어워드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지요.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곡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제니스 죠플린’이나 ‘보니 레잇’의 목소리에서 장점만 따온 것 같은 허스키하면서도 달콤한 목소리입니다. 그야말로 착착 감기는 그런 목소리예요.

그런 그녀는 혼자의 존재만으로도 대단한 빛을 발하고 있지만, 2000년에 만난 천재 기타리스트 데렉 트럭(Derek Trucks)과 부부의 연을 맺으면서 같은 팀을 이뤄 그야말로 날개를 달게 됐습니다. 그런데 데렉 트럭이 누구냐고요? 이 젊은 친구는 불과 13살의 나이에 대단한 그룹들의 무대에서 기타 연주를 뽐내서 지금도 그 영상이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천재입니다. 40여 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오던 ‘얼맨 브러더스 밴드’에서도 젊은 나이로 멤버로 활동했었고요.(이 친구의 친삼촌이 얼맨브러더스의 드러머였던 부치 트럭이기는 한데 삼촌의 후광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스무살 이전에 밥 딜런, 조 월쉬, 스티븐 스틸의 공연에 함께 연주했고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기타리스트로 선정된 실력파입니다. 

앗, 올맨브러더스밴드도 모르신다고요? 1960년대부터 무지하게 알려졌던 그룹인데, 몇 해 전 외신에도 나왔었잖아요. 얼맨브러더스의 리더인 그렉올맨이 죽기 5년 전쯤인가. 본인보다 무려 40살이나 연하인 24살짜리 아가씨와 일곱 번째 결혼을 발표해서 사람들이 놀랐잖아요. 기자들이 “자신이 일곱 번째 아내라는 사실에 대해 약혼녀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니까 올맨은 “그녀는 일곱 번째가 아니라 첫 번째 진정한 사랑”이라는 기가 막힌 작업 멘트를 날렸던 얼굴에 철판을 깐 사람이 있는 밴드. 

여하튼 데렉 트럭과 수잔 테데스키는 2000년대 들어서는 블루스계의 최정상급이라고 인정받는 연주자며 보컬리스트입니다. 최근에는 부부가 같이 밴드를 합쳐서 블루스를 연주하고 부르며 듣는 이를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음은 참 흐뭇한 일이기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부부가 각자 독립적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수잔 테데스키는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고, 남편인 데렉 트럭의 밴드가 연주를 해주는 공연실황 앨범 중에서 달달한 곡 하나를 골랐습니다. ‘Just Won't Burn’ 이라는 곡입니다.


수잔 테데스키의 ‘Just Won't Burn’ 들어 보기
https://youtu.be/D_96KMJEh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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