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술관, 기부채납 조건 주변 아파트 개발 추진

“장기적으로 시립미술관과 역사박물관을 건립해 문화예술 저변을 확대하겠다.”

백군기 시장이 7월 2일 취임식에서 밝혔던 7가지 시정 목표와 방향 중 시립미술관과 역사박물관 건립에 대한 언급이다. 이후 백 시장은 8월 부서 검토를 거친 125개 공약에서 시립미술관 사업계획을 내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담아 2020년부터 행정절차를 밟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립미술관은 그 동안 용인 미술의 저변확대와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전문 예술인들의 독립 공간 마련, 용인 미술계 역사의 보존 필요성도 시립미술관 건립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기흥구 영덕동에 위치한 사립 이영미술관이 미술관과 인근 문화공원을 기부 채납하는 조건으로 관장 소유의 인근 부지를 개발하기로 계획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개발 계획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용인시가 사립미술관을 기부채납 받아 시립미술관으로 운영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사립미술관이 시 소유로 넘어올 경우 득이 될 것인가 여부가 논란의 중심이다.

이영미술관이 낸 용인도시관리계획 이영지구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2021년까지 현재 미술관으로 운영 중인 계획지구를 250세대 규모 공동주택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총 면적 2만3380㎡ 중 1만5581㎡에 16층 5개동 아파트가 들어서고 이외 미술관을 포함한 문화공원 7104㎡, 도로 695㎡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개발 계획은 현재 주민 98%가 반대에 나서는 등 난항을 겪고 있지만 주민 의견 수렴 및 조치 계획을 작성해 다음 행정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개발 계획이 허가가 나기 위해서는 한강유역환경청 협의에 이어 용인시도시계획위원회 등을 거쳐야 한다.

이번 개발 계획을 두고 이영미술관이 제출한 지구단위계획에 미술관 기부채납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음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방안은 세워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민 반대 의견에 대해 용인시가 제출한 조치 계획을 보면 용인시는 “현재 운영 중인 사립 이영미술관을 기부 채납해 용인시 문화예술과에서 시립미술관으로 유지관리 및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술관과 연계한 약 7100㎡ 규모의 문화공원을 조성해 인근 주민과 지역시민의 정서함양과 지역문화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또 “시립미술관으로 운영 시 유동인구 증가로 인한 지역 상권 활성화 및 주변 기반 인프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본지가 관련부서인 문화예술과에 확인한 결과 ‘시립미술관 운영 관련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는 “이영미술관을 기부채납 받을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획을 세울 수는 없다”면서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음을 밝혔다. 사립미술관을 시가 기부채납 받은 이후 발생할 운영비, 운영 방향, 방식 등에 대해 따져보지 않은 상태에서 관계 부서 협의가 끝났다며 지구단위계획에 포함시킨 셈이다.

지역 미술계 역시 이영미술관의 시립미술관 전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용인미협 관계자는 “시립 문화예술 시설이 들어올 때는 공간이나 교통 여건, 활용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이영미술관의 경우는 부지도 좁고 건물도 협소해 추가 건립마저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립미술관은 단순히 전시관으로서의 역할만이 아닌 시민이 함께 공유하고 체험하는 복합적인 요소도 함께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며 “100만 도시에 걸 맞는 예술 공간으로서 활용 가치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개발 계획에 대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이영미술관을 기부채납 받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얘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