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매우 긴급해 보이는 중년의 여성은 기흥구청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단다. 급하게 달려가 보니 그이는 개발관련 부서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제보자가 거주하는 지역 주변에 난개발로 인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관련 자료를 공개할 줄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립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제보자가 지적한 내용은 차후 심도 있게 다루는 것으로 하고 우선 담당 공무원을 만나 자초지종을 물었다. 해당 공무원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개발 허가가 잘못 나갔다고 하는 민원인 지적에 대해 차라리 감사원 감사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란다. 행정기관이 허가를 내 줄때는 근거를 두고 하는데 민원인은 이 과정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당 부서 과장은 한마디 덧붙인다. “결국은 규제 완화에 따른 것”으로 “이로 인한 행정 부담은 자치단체 공무원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기흥구 서천지구 이주자택지 내에 살고 이모 씨도 건물 승인 세대수와 관련해 주민제안서를 제출하고자 했지만 시가 원천적으로 받아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다른 해결 방안을 찾고 있지만 규제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 민원 접수조차 답보 상태다.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지역을 찾아 확인하면 그 중심에는 규제완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 전부고, 주민들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으니 해결해달라고 종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은 답을 찾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 유야무야 되거나 시민들이 단념했다. 결국 행정력이 이기는 것이다. 

기흥구 개발부서 과장은 “거리제한이나 환경 개선 등과 관련한 규제가 없어지거나 완화됐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주민들께서 민원을 제기해올 때 이해시키는 과정은 힘들다. 아무리 설명해도 동의를 하지 못하시는 경우 대안이 없어 답답하다”라며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나마 용인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례 및 자문기구를 출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용인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자문기구인 갈등관리심위원회와 갈등조정협의회는 출범 1년이 넘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견차를 좁힐 만한 매개체가 없기 때문이다.  

기흥구 한 개발부서 한 팀장은 “민원 상당수는 자치단체가 어쩔 도리가 없는 것들이다. 주민들은 왜 이런 곳에 허가를 내줬느냐고 하는데 공무원 입장에서도 난감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규정상 내주지 못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처음부터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걸고 대화를 하니 민원을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규제완화에 따른 민원을 시작부터 조절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개발행위허가 평균경사도다. 이는 2015년 시민들의 반대 속에서 용인시의회를 통과한 도시계획조례의 핵심이었다. 이로 인해 각종 개발이 일어나고, 주민들은 이 개발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규정상 막을 도리는 크게 없었다. 그나마 주민들은 행정력이 아닌 자체 법적대응이 사실상 가장 빠른 수단이었다. 이에 최근 들어 경사도를 원래 수준으로 회복해 규제완화로 인한 갈등을 사전에 막겠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백군기 시장 직속으로 운영되고 있는 난개발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용인시의회를 비롯해 곳곳에서 대표적인 규제 완화인 경사도를 원래대로 회복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갈등 원인이 분명한 상태에서 용인시가 의지를 가진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8일 용인시가 주최한 2018 용인 도시 정책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전병혜 강남대학교 교수도 용인시 개발 기준과 관련해 표고(기준점을 기준으로 목표 지점을 수직으로 잰 지대의 높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역시 용인시가 개발에 앞서 정확한 기준을 정해둬야 한다는 것을 주문한 것이다. 민원 발생을 사전에 해결 할 수 있는 필수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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