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 내부 장기들은 여러 층의 근육에 의해 단단하게 보호되고 있으나 복벽이 약해지거나 외부 힘에 의해 손상돼 일부 찢어지는 경우 내부 장기가 밀려 나올 수 있다. 특히 소장과 대장과 같은 관형 장기가 돌출된 후 꼬임 현상이나 복벽 사이에 끼이게 될 경우 위험해질 수 있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에도 내부 장기가 복벽 사이로 튀어나오는 탈장 증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고, <동의보감>에도 호산(狐疝)이라고 기록돼 있어 반듯이 누우면 아랫배로 들어가고 걸어다니거나 서면 아랫배에서 나와 음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또 일부 한약재와 다리에서 하복부로 들어가는 신경 부위에 침을 통한 자극으로 치료를 시도했으나, 오한과 경련 증상이 있으면서 구토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회복되지 못한다는 기록이 있다. 

복벽이나 사타구니 쪽으로 튀어나오는 증상이 명확한 탈장이 발생할 경우 쉽게 진단됐으나 횡격막을 통해 폐 쪽으로 창자가 돌출될 때는 알기 어려워 이유 없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1541년 복부 총상을 입은 뒤 수개월 뒤에 사망한 환자 부검에서 창자가 횡격막 위로 돌출돼 괴사된 상태로 발견됐다. 문헌상 처음으로 기록된 횡격막 탈장 사례였다. 이후 1579년 프랑스 군의관으로 활약하던 파레는 복부 총상을 입은 포병 장교가 처음에는 잘 회복됐다가 8개월 뒤에 사망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장교를 부검한 결과 횡격막에서 손가락만한 구멍을 발견했고, 작은 구멍에 창자가 끼면서 괴사된 것을 확인했다.

총상뿐 아니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받을 경우 압력이 빠져나가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한 횡격막에 손상을 줄 수 있고 새롭게 만들어진 구멍을 통해 창자가 돌출됐다가 끼임 현상이 발생하면서 혈관들이 압박되면서 괴사했던 것이다. 초기 진단은 굉장히 어려웠고 치료는 당연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라에네크가 개발한 청진기를 통해서 횡격막 탈장 진단이 시도됐으나 그 정확도는 의문스러울 정도였으며 환자 대부분은 치료 시기를 놓치고 사망했다. 뢴트겐에 의해서 엑스선이 발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897년 새롭게 발견된 엑스선은 의료계에 큰 영향을 줬다. 골절과 같은 외상 치료뿐 아니라 의료 전반에 큰 변화가 생겼다. 엑스선을 활용한 연구는 전 세계 의료계에서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하버드 의과대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바우디치는 조영제를 활용한 엑스선 촬영법 개발을 시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횡격막 탈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게 됐다. 단순 촬영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엑스선을 투과하지 않는 조영제를 먹을 경우 장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막힌 부위를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엑스선이 활용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외상에 의한 횡격막 탈장은 쉽게 진단될 수 없었고 치료 역시 쉽지 않았다. 수술 전에 발견되는 경우는 절반 정도였고, 단순 엑스선 촬영은 진단률이 40%에 불과했다. 심지어 수개월 뒤에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진단이 되면 수술을 통해서 횡격막의 손상부위를 봉합할 수 있었다.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병력이었다. 많은 환자가 복부의 외상이나 강한 압력을 받는 교통사고 등의 외상 환자였다. 외상 병력이 있을 경우 이차적인 손상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복통으로 성남시 한 병원을 방문한 환아가 횡격막 탈장이 진단되지 못하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 노력해야 하는 것은 외상성 횡격막 탈장뿐 아니라 모든 질병에서도 동일하다. 법원 판결은 엄중했다. 외상성 탈장 환자 진료 과정에 참여한 의료진 모두 법정 구속시켰다. 민사 재판에서는 진단과정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40%의 책임만 인정한 반면 형사재판은 전혀 다른 판결을 내린 것이다. 환자 진료도 어렵지만 판결은 더 어렵다. 의료분야의 법원 판결은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이번 역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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