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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무어의 ‘Johnny Boy’
  • 정재근(음악평론가)
  • 승인 2018.11.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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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몽트뢰 공연 유튜브 화면 챕처

인생을 살아가며 진정한 친구가 셋만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고 하잖아요. 어렸을 때, 친구가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에는 ‘그깟 친구 셋이 뭐 그리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셋이라는 숫자가 참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셋은 고사하고 한 명만이라도 진정한 친구가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되실 겁니다. 그러니 우정에 얽힌 미담이 나날이 줄어드는 것 아니겠어요? 

몇 해 전에 게리 무어(Gary Moore)가 내한공연을 했다는 신문기사를 뒤늦게 보고 난 후에 아쉬움에 얼마나 큰 한숨을 쉬었는지 모릅니다. 세계에서 기타를 가장 처절하고 슬프게 연주한다는 사람! 가슴 속의 감성을 기타 줄에 그대로 옮겨서 내어 보일 수 있는 몇 안 됐던 기타리스트, 텁텁한 목소리로 듣는 이의 폐부에 갈퀴 짓 하듯 깊은 자국을 낼 줄 아는 사람 등등이 제가 게리 무어의 음악을 소개할 때 즐겨 쓰던 멘트였습니다. 그렇게 찬사를 늘어놓았던, 더구나 장기간 비행기를 타면 위험하다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서 아마도 게리 무어의 공연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미 내한공연을 했다는 보도를 뒤늦게 봤으니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더군다나 내한공연을 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그 아쉬움과 허탈함, 안타까움이 동시에 오더라고요.(허 참) 

게리무어의 곡들 중에는 유난히 슬픔과 고독이 묻어나는 분위기가 많다 보니 가을과 겨울에 어울리는 아티스트라는 평이 있습니다. 어느 기타리스트와 견줘도 뒤지지 않을만한 실력파이면서도 연주에는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고, 듣는 이의 가슴을 헤집어 놓는 강한 매력이 있지요. 모르긴 몰라도 동양적인 정서가 무척 풍부했던 사람 같아요. 그의 ‘Parisienne Walkways’나 ‘Empty Rooms’, ‘Spanish Guitar’, 그리고 ‘Still Got The Blues’ 등의 곡을 들으면 곡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우리네와 비슷한 호흡을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호흡은 요즘 가을과 겨울 냄새를 내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바로 그룹 씬 리지(Thin Lizzy)에서 베이스와 보컬을 맡았던 필 리뇻(Phil Lynottrk)입니다. 게리 무어는 음악을 막 시작할 무렵부터 필 리뇻을 영혼의 파트너라고 부르며 서로에게 음악적 영향력은 물론, 진한 우정을 나눠 왔던 그런 친구였습니다. 혹자가 말하기를 필 리뇻은 게리 무어의 기타를 더욱 빛나게 해줬던 유일한 사람이라고도 이야기하더군요.

아! 말로만 들어도 얼마나 찐한 우정이었는지 느껴 질만 합니다. 갑자기 저도 ‘그런 친구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하 하)

그런 필 리뇻이 약물 과다로 1986년에 세상을 떠나버리게 됩니다.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 그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것이라면서요? 아마도 게리 무어도 그러했던 모양입니다. 충격 때문이었는지 한동안 음악활동을 중지했던 게리 무어는 다음 해에 필 리뇻을 추모하는 앨범 Wild Frontier를 발표하는데, 그 앨범 속에는 아일랜드의 구전요인 ‘Danny Boy’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Johnny Boy’가 있습니다. 이 곡이 바로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필 리뇻을 그리면서 슬픈 마음을 담은 곡이에요. 제목에서 ‘Johnny’는 필 리뇻의 애칭이었고요. 게리 무어의 보컬과 기타, 그리고 키보드 연주로만 이뤄진 이 곡은 정말 하늘에 있는 친구에게 연결이라도 되는 듯이 아주 맑고 깨끗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슬픈 느낌이 있는 곡이지요.

정재근


아래에서 보여드릴 영상은 게리 무어가 2010년 스위스 몽트뢰 공연 중에 부르는 ‘Johnny Boy’인데, 이제는 저 세상에서 함께 만났을 두 사람을 이어주는 이 곡에는 우리나라 전인권이나 김현식의 냄새도 숨어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게리무어의 ‘Johnny Boy’ 보고 들어보기
https://youtu.be/5YbipyE_9sA

정재근(음악평론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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