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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안전관리와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
  • 이정현(용인환경정의 사무국장)
  • 승인 2018.11.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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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지하 1층 이산화탄소 집합관실 옆 복도에서 소방 설비 교체 작업 중에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화학설비는 화재, 폭발, 누출사고의 잠재위험이 항상 있다. 이 때문에 사후 대응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나지 않게 예방하는 게 가장 우선이다. 따라서 화학물질을 많이 다루는 사업장에서는 철저한 예방, 정비와 점검, 설비에 대한 이력 관리, 사전 위험성 평가 등이 필수이다. 그런데도 이번 사고는 2014년 수원에서 일어난 사고와 너무 유사한 화재진화용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였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기업이 화학물질 관리와 안전교육 등 예방에 소홀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기업의 안전보건관리는 특정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들은 화약고와 다름없고, 화학물질 중 일부가 외부로 누출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고처럼 부실하게 대응하고, 지역소방체계와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노동자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생존권도 안전할 수 없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6월 동안 화학물질 발생 사고는 총 41건, 이 중 경기도만 8건이다. 경기도는 화학물질의 유통, 취급량이 많고 공단이 몰려있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용인은 전국 고독성물질 취급사업장 반경 1km 이내 주민 수 비교에서 기흥구 36위(3만1616명), 처인구 78위에 해당할 만큼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이 많은 지자체이다. 화학물질 취급시설 밀집 지역의 경우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용인에서도 화학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예방, 대응책이나 소통구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거의 기업주도로 예방과 대응을 해왔으나, 화학사고가 재발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더 이상 기업주도로 예방과 대응이 어려워 보인다. 

조사 결과를 보면, 삼성 기흥공장 사고의 경우 문제가 된 선택밸브가 22년간 교체 없이 방치돼 왔다. 화재수신기 오작동 문제도 발견됐다. 안전보건공단의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킨 것인지, 관리감독자가 함께 있었는지, 필요한 안전장비는 제대로 갖췄는지, 사고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안전교육이 실효성 있게 이뤄진 것인지 알 수 없다. 위기상황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위해서는 자체 소방대에 대한 점검과 지역 재난안전본부와의 소통체계, 위기대응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화학물질 안전관리와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가 필요한 이유이다.

조례는 지자체가 화학물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화학·위험물질 취급시설에서 사용하는 물질 종류와 허용 저장량, 유해성과 위험성에 대한 현황 조사도 할 수 있다.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사업장 공개와 화학물질 안전관리위원회 설치, 지역협의회 구성 등의 조항도 담고 있다. 현재 전국 38개 지자체에 화학물질 안전관리와 알권리 조례가 제정돼 있다. 경기도에서도 9개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는데 용인은 아직 없다. 

10월 22일, 용인에서 용인환경정의 주관으로 ‘화학물질 안전관리와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시작으로 용인에서도 조례 제정에 박차를 가할 것을 기대해본다. 조례를 근거로 민·관 중심의 상시적인 감시체계인 화학물질감시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길 바란다. 주민이 참여하는 화학사고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에게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화학물질정보센터도 운영해야 한다. 지역에 어떤 유해물질이 사용 중이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 주민들이 제대로 알아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의 참여와 알권리가 보장된 지역관리체계가 구축돼 예방, 관리, 대응 절차들이 잘 지켜진다면 사고의 반복, 그리고 죽은 사람은 있으나 죽인 사람은 밝혀지지 않는 부정의한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정현(용인환경정의 사무국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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