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내 양극화 해소, 공동체 회복에서 찾는다3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또는 단체간 갈등은 어디에건 있다. 지역사회 내 양극화와 갈등 등 지역 내 문제 발생의 원인은 사람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도시건, 농촌이건 지역문제를 풀어야 할 주체 또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참여 없이 행정력만으론, 지역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도시 내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공동체 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7년 주민자치박람회에서 주민자치 모범마을로 우뚝 선 안산시 일동,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도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지역이다. 1600여 명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주변에 단독주택과 빌라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안산시 상록구 일동.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많은 이 곳이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는 주민자치마을이 됐다. 그 중심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있다.
 

안산시 일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민관 네트워크 구축, 주민 300인 원탁회의를 통한 의제 도출, 주민협의회 구성을 통한 마을 축제와 마을 총회 개최 등 주민자치에 기반한 노력이 인정돼 지난해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일동은 당시 ‘아이부터 어른까지 자연과 더불어 행복한 마을’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협동조합 마을카페 ‘마실’, 일동 100인 패밀리합창단 구성,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 등이 주민자치의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민자치마을로 불리는 안산 일동은 무엇이 다를까. 그 답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있다. 그 중심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일동주민자치위원회와 마을의 다양한 목소리에 대해 숙의과정을 거쳐 합의해 나가고 있는 일등동네주민협의회가 있다.

일동 주민자위원들은 스스로 “모임을 주도하기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 권성혜 기획홍보분과장은 “주민자치위원은 마을 정보를 제공하고 루트라고 생각한다. 모임이건 크고 작은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우리는 단체와 단체, 사람을 묶어서 사업하고 있는 것을 확장시켜주는 장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마을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데도 적극 나서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노란풍선 캠페인’과 ‘우리동네 반딧불이 순찰대’ 활동이다. 일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올해 2월 초  초등학생 등교시간에 맞춰 일동 호동초~성호중 일대에서 ‘통학로 이중주차, 아이들이 위험해요’라는 슬로건으로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캠페인을 펼쳤다. 이름하여 노란풍선 캠페인이다.

수년 간 논의해 2016년 수립된 마을계획 중 안전한 통학로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보고자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이중주차한 차량 앞 유리에 전단지를 꽂고 노란풍선을 매단 것이다. 오병철 주민자치위원장은 “이중주차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캠페인 시작 4개월 만인 6월경 그 많던 이중주차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에는 주민자치위원 뿐만 아니라 학부모회, 녹색어머니회, 운영위원회 등 여러 단체가 참여했다. 학부모들의 참여와 학생들의 입소문에 노란풍선 캠페인은 큰 성공을 거뒀다.

캠페인의 성과는 각종 범죄와 사건사고로부터 안전한 동네를 만들기 위한 ‘우리동네 반딧불 순찰대’ 활동으로 이어졌다. 반딧불이 순찰대는 일동파출소와 행정복지센터가 협력해 4명이 1조가 돼 방범 취약지역, 학교 주변 등을 순찰하는 활동이다. 참여를 통한 성공적인 경험 때문인지 30명이 넘게 모이고 있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오 위원장은 “안전도 중요하지만 모니터도 주요 활동 중 하나다.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기록해 신문고에 올려 개선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반딧불이 활동을 통해 마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아직 성과로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 이런 경험은 등교시간 차량이 학교 앞까지 진입하지 않도록 하는 ‘걸어서 학교 가자’ 캠페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오병철 위원장은 “4년 전까지만 해도 일동 역시 단체 간, 주민자치위원회 내부 사람 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 정도였다”며 “동장과 전임 위원장이 편가르기나 특정 사업에 개입하려는 것을 제거해는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권성혜 기획홍보분과장은 “오 위원장은 하루에 11개에서 13개 모임을 소화하고 있는데, 듣고 지지해주고 이런 단체도 있던데 만나보겠느냐고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오 위원장을 수다의 대가라고 말했다. 주민과의 만남과 그 수다가 지금의 일동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오 위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의미 심장은 말을 남겼다. “수다 떨게 너무나 많다. 주민자치위원회는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게 없지만, 하려고 하면 할게 너무나 많다. 쓰레기가 주제로 나오면 쓰레기에 대한 얘기만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수다모임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왜, 무엇을 위해 공동체가 필요한지, 누굴 위해 주민자치를 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마을의 변화는 수다와 삼삼오오 모임에서 시작”
안산시 일동주민자치위원장 오병철

일동을 주민자치마을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는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8월 30일) 문화체육센터 건립을 위해 주민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논의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행정이 만들어 놓은대로 쓰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주민들 욕구가 높아졌다. 그 역할을 일등동네주민협의회가 하고 있다. 협의회에는 마을의 모든 단위가 들어와 있다. 주민들은 이 안에서 논의하고 협의하고 합의를 한다. 보통 공공공간은 공사 등에 위탁을 하는데 사용할 때마다 허락을 받아야 해서 불편이 크다. 그래서 제안했다. 공간을 주민들이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시대가 달라졌고, 행정도 주민들의 경험을 신뢰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의 참여,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건 마을에 수다가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면 수다가 시작된다. 수다를 위한 모임이 있을 정도다. 일등동네주민협의회(스스로 일등주민이라는 자부심에서 만들었다고 한다)에는 행정, 직능단체, 상점, 중간지원조직, 주민자위원회, 20여개에 이르는 주민모임 등이 모두 망라돼 있다. 주민모임이 생기면서 크고 작은 성과를 이뤄냈고, 지금은 수십명을 모을 수 있는 역량이 된다. 매월 만나 조율하고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 그 밑바탕에는 수다다. 마을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이지만.”

지역적인 환경이 작용한 것도 있다고 보는가.
“아파트가 아니어도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조건이라는 것은 주민들이 만들어가기 나름이다.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하고 우리에게 맞춰놓으면 좋은 조건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단독주택과 빌라가 악조건이 될 수 있다. 주민들 스스로 마을을 변화시키려는 의식의 전환이 중요한 것 같다. 일동 학생들과 주민들은 파출소에 자주 간다. 갈증 날 때도, 화장실 갈 때도 파출소를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파출소도 마을친화적으로 변했다. 파출소 담을 허물로 정원을 만들고 있는데, 일동파출소를 전국에서 제일 아름다은 파출소를 만드는 게 주민들과 파출소의 꿈이다.”

일동에 마을활동가 등 공동체 활동가가 많은가.
“활동가가 많은게 아니라 한 두명 움직이니 사람들이 결합하더라. 그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여기에는 공유공간의 역할이 컸다. 주민자치센터나 작은도서관과 같은 거점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아빠모임, 독서모임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꺼이 공간을 내준다.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사람이 만나고, 사람이 만나니까 이야기가 있다.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앞서 말한 파출소도 거점공간 중 한 곳이다.” 

주민자치위원회 기능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행정과 갈등은 없나.
“일동은 마을계획을 세운지 3년이 지나 다시 마을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 일동은 혁신읍면동 시범센터인데, 지금 이 공간이 헐리고 카페공간으로 바뀔 예정이다. 지금은 주민자치위원회지만 조례를 만들면 주민자치회로 변경될 예정이다. 주민자치회로 간다 해도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민자치를 잘하는 마을이 되기 위해, 조례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연구모임을 만들어 공부하고 있다. 마을활동을 책임감 있게 잘해낼 자신도 있고 책임감도 갖고 있다. 그간 자치위와 행정과의 갈등은 없었다. 마을축제를 하고 있는데 관에서는 일체 관여를 하지 않고 지원만 해준다. 주민들이 장소를 섭외하고, 기획하고 공연팀을 꾸리고 모두 스스로 하고 있다. 이해할지 모르지만 관에서는 오히려 도와줄게 없느냐고 할 정도다. 모든 정보를 주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게 다른 지역과 다른 것 같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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