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백 3대 시장에 걸쳐 이어진 지곡동 사태 어떻게 풀까

지난 3년여 동안 지곡동 공사현장 주변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지곡동에 용인연구소 건립이 구체화 된 것은 2014년 2월이다. 당시 김학규 시장은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 여 앞두고 사업 추진 업체와 연구소 건립을 위한 투자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양 기관은 같은 해 3월부터 8월까지 실시계획 인가, 9월 건축 허가, 10월 공사착공 및 입주 등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시작도 못하고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다음해인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건립 반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주민들은 반대 이유는 명료했다. 

시멘트 혼화제 연구소가 들어 설 경우 “지곡초 학생들의 학습권 및 통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뿐 아니라 주민 건강에 위협을 줄 뿐만 아니라 시가 인허가 과정에서 객관적인 자료 공개 없이 업체 측의 ‘유해하지 않다’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인시의회 의원을 비롯해 정치권도 주민 주장에 동조하며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에 2014년 7월 신임 시장에 취임한 정찬민 당시 시장도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앞서 시장이 추진한 행정에 따른 것이라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2014년 김학규 당시 시장과 업체간 공사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법정공방에 갈등은 심화되고= 민선 5기 김학규 시장 시절 업무협약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정찬민 시장이 해결하기에는 난제였다. 당시 주민들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공사중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는가하면, 불시에 진행될지 모르는 공사를 막기 위해 사업부지 입구에 대기조를 꾸려 진을 쳤다. 실제 공사 강행을 두고 업체와 이를 막으러 나선 주민들 간에 마찰이 생겨 법정행으로 이어졌으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1년이 넘도록 연구소 공사로  발생하는 소음, 유해성분 발생, 공사 차량으로 인한 학교 진입로 안전문제 등을 지적했지만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허가에 앞서 진행된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했지만 주민들과 업체‧용인시간 갈등은 더 심해졌다. 

이에 정 시장은 업체가 원형보전녹지지역에 서식하는 나무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2015년 5월 시행업체를 고발조치하고,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그동안 업체가 자체적으로 공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해오던 입장에서 강경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지곡초 옆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건립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찬민 전 시장이 학부모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학부모들은 '주민건강 위협하는 난개발을 일삼는 용인시는 각성하라'는 내용에 정 시장이 명확한 답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시는 2016년 4월 1일 도시계획시설 및 실시계획 인가 시 부여한 폐수 미발생 조건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업체 측에 통보했다.

앞서 용인시는 2014년 1월 17일 업체에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등에 대한 통보서에 ‘사업 시행으로 인한 폐수 발생은 없는 것으로 제시된 바 폐수배출시설 입지 제한’을 언급했다. 이에 업체는 같은 달 21일 조치계획에 ‘연구시설 운영 시 폐수발생은 없다’라고 답하자 용인시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업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업체는 같은 달 20일 날짜로 용인시장을 피청구인으로 한 행정심판 청구서를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의 결정, 그리고 백 시장의 방향은= 건축허가 취소 통보 두 달 만에 열린 행정심판에서 경기도행심위는 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시의 허가취소 결정에 따라 궁지에 몰렸던 연구소 건립은 다시 탄력을 받았다. 반면 지곡초 학부모와 일대 주민, 용인에서 활동 중인 30여개 시민단체는 행심위가 결정한 ‘용인시의 건축허가 취소 취하’ 재결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를 취소해야 한다고 행정소송에 나섰다. 

백군기 시장이 6월 열린 선거 당시 지곡동을 찾아 난개발 제로 선언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각종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법정공방에서 판을 바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 사이 공사 중단에 이어 건축허가 취소를 결정한 정 시장에 이어 백군기 신임 시장이 취임했다.
백 시장은 선거 기간에도 이 사업 현장을 찾아 난개발 제로 공약을 밝히는가하면, 특히 취임 초기 이 사업과 관련해 주민들이 제기한 의혹에 업체 해명이 필요하다며 공사 중단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 만큼 이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열린 행정소송 1차 판결에서 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도행심위 결정을 뒤 업은데 이어 진행 중인 공사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일각에서는 백 시장이 기조로 내건 난개발 저지에 대한 의지를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시민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곡동 사태는 행정적으로 상징하는바가 클 뿐 아니라 주민들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라며 “이에 맞춰 백 시장도 난개발 저지에 대한 의지가 선거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강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판결에 대해 현재까지 용인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관련부서는 조심스러운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용인시는 최종 판결이 나올 때 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 민원을 더 담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실제 2년전 경기도행심위의 재결 결과에 주민들은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한 반면 용인시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 입장에서는 공사를 막을 도리가 없어 주민들의 각종 의혹제기에 사실상 침묵으로 일과한 것이다. 

주민들과 업체간에 공사진행을 두고 수 차례 갈등이 발생, 이로 인한 법정 공방이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다.

업무협약 남발 용인시에 대한 경고=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하나 더 있다. 지곡동 사태의 시작점이기도 한 업무협약이다. 앞서 언급했던 이 사업은 김학규 전 시장 당시 맺은 업무협약에서 시작됐다. 

경기도행심위가 용인시 건축허가 취소를 잘못한 것으로 판단한 근거 중 하나도 이 부분이다. 실제 이번 재판 판결문을 보면 ‘경기도 행심위는 업체는 용인시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놨다. 

업무협약 체결로 인한 신뢰 부분과 관련해 재판부는 “업무협약은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는 것으로 상호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용인시가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연구소 건립을 위한 행정절차 등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편, 용인시가 2010~2014년까지 맺은 업무협약 55건 중 단일 사업을 제외한 상당수 사업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일부 사업의 경우 업무협약을 근거로 사업을 추진하다 용인시의회와 마찰이 발생하는 등 업무협약 남발로 인한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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