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여기선 새소리가 많이 들려요”
처인구 백암에 있는 한 장애인시설에서 숲체험 교육을 하던 중 맨 앞에서 앞장서 가시던 영식씨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이야기한다.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니 새 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네요. 가만히 들어볼까요? 저 새는 우리가 아는 속담 중에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라고 하는 속담에 나오는 뱁새에요. 저렇게 작은 새가 다리가 긴 황새를 따라가려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러니 그런 속담이 나온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 뱁새의 정식 이름은 ‘붉은머리오목눈이’랍니다. 앞에 계신 선생님의 모자색처럼 머리가 붉은색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한참을 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니 그제야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키가 작은 나무들, 서로 얽히고설켜 덤불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빠알간 작은 열매들이 보인다. 누군가 그랬다. 작은 새들을 보고 싶으면 이 나무를 심으라고. 새들이 좋아하는 나무 찔레나무이다. 찔레나무는 작은 새들에겐 천적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안락한 쉼터와 먹이가 풍부한 곳간이 되는 곳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이외에도 참새와 박새, 노랑턱멧새, 쑥새 따위의 작은 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찔레나무는 5~6월에 하얀 꽃이 화사하면서도 수수하게 피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지만, 요즘 같은 가을에 또 한번 매력을 뽐낸다. 봄에 피었던 꽃이 가을이 돼 빨간 열매로 달려 있다. 새끼손톱 크기밖에 안되지만 여러 개가 모여 달려 있는 모습은 충분히 예쁘다. 9~10월에 익은 열매는 겨울 내내 달려 있어 동물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삭막한 겨울 숲에 빨간 색감이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열매를 보며 먹을 수 있냐고 묻는 이가 있던데 이때 필요한 속담이 ‘벼룩의 간을 빼먹지’이다. 그 작은 열매까지 탐하면 쓰겠는가! 그러나 때때로 사람들은 이 열매를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픈 사람들에게 쓸 약재라 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차마 과일처럼 생으로까지는 먹지 말자는 얘기다. 그러기엔 너무 작다. 정말로 새들에게 양보하고 자연에 둬야 하는 것일 게다. 

대신 이른 봄에 새순이 나올 때 찔레나무는 먹을 게 많다. 작은 잎들은 뜯어 샐러드나 나물로 먹기도 하고, 굵게 올라오는 새줄기는 ‘톡’ 소리 나게 경쾌하게 꺾어 손톱으로 껍질을 벗겨 먹기도 한다. 누구는 오이 맛이다 풀 맛이다 왈가왈부하지만 필자에겐 봄의 향이 담긴 봄맛이다. 이외에도 꽃으로 꽃차를 마실 수도 있고 화전을 부쳐 먹기도 한다니 열매를 먹는 다른 나무들과 앞뒤가 바뀐 셈이다. 

찔레나무의 이름은 가시가 있어 찔린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우리나라 들장미라고도 불리는 찔레나무이니만큼 익숙한 장미처럼 가시가 줄기에 뾰족뾰족 달려 있다. 꽃과 열매에 홀려 무심코 몸을 뻗다가는 큰코다친다. 찔레나무가 사는 곳은 주로 숲 가장자리로 찔레나무군락을 지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숲이 깊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어찌 보면 숲에 들어서기 전 가시가 달린 찔레나무가 있어 숲을 대하는 몸과 마음가짐을 정갈히 하라는 의미로 경고를 보내는 게 아닐까? 

아무튼 꽃이 예쁘고 열매도 예쁘고 찾아오는 새들까지 예쁘니 찔레나무는 꼭 우리 곁에 둬야 오래오래 같이 봐야 할 우리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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