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유기견들이 가족 품에 안겨 입양된 이야기를 주로 들려드렸는데, 이번에는 길고양이 TNR(티엔알)에 대해 언급하려 합니다. 이는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의미하는데, 지자체에서 길고양이의 번식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입니다. 글을 읽는 분들 중 캣맘, 캣대디(길냥이에게 사료를 제공하며 돌봄을 하시는 분들)가 계신다면 익숙한 내용이겠지만, 생소하게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우선 이 단어가 의미하는 뜻을 보자면, T는 Trap의 약자로써 ‘포획’을 뜻합니다. N은Neutered ‘중성화’를 의미하고요, R은 Returne ‘돌려보낸다’는 의미입니다. 즉, 길고양이를 포획해 번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수술을 시킨 후에 잡았던 곳에 도로 방사시켜주는 사업입니다. 
이러한 지자체 사업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분들이 그럴 거예요. 왜 길고양이에게 밥을 줘 번식하게 하고, 국가는 잡아 없애면 될 일이지 세금을 그런 곳에다 쓰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 티엔알이라는 제도는 처음 영국에서 시행한 것인데요, 세계 어느 곳에서나 길고양이 번식문제는 골칫거리였나 봅니다. 길고양이들을 한 제도(섬)에 몰아넣고 균을 뿌려 씨를 말리려는 시도까지 해봤지만 결국 번식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잡아서 살처분을 시켜봤지만 그것으로도 길고양이 번식을 막을 수 없었다네요. 결국, 인간으로서 매우 비인도적인 처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위적인 중성화 수술을 실시하게 된 것이 근원이라고 합니다. 이 방법으로 개체 수 조절에 성공하게 되며 미국 등으로 전파되고,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초반에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이 무렵, 저도 제집 앞 돌보던 몇몇 길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며, 티엔알 제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의 티엔알은 사업을 따낸 병원의 배만 불리는 형국이었고, 길냥이의 개체 수가 조절되기는커녕 거리 생명체에게 오히려 고통스런 학대 방법으로 다가가는 것이었습니다. 동물복지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한 아무리 성공적·인도주의적 방법이라 할지라도 그렇지 못한 곳에서의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10여 년이 지난 요즘, 특히 용인시는 동물단체와 시민, 지자체의 상호소통과 협조로 타 지자체에 비해 비교적 효율적이고 모범적이고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저도 10여 년 이상 집 앞 길고양이를 돌보며 중성화를 시켜가며 관리하니 현재까지도 일정 개체 수를 유지하며 길냥이들이 잘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싫어하는 주민과 아파트 관리 주체와 수많은 논쟁과 갈등, 이해시키려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고요. 

문화와 문명이 선진화될 수록  인간들은 자신 스스로가 아닌 여러 것들에 눈을 돌리게 되죠. 인간으로서 동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공존’이라는 가치관이 그 중 하나이겠고요. 이러한 공존의 관점에서 ‘길고양이’라는 대상은 ‘좋고, 싫음’의 단순한 취향 차원이 아닙니다. 싫어하는 사람은 인도주의적 측면으로, 반대로 좋고 불쌍해서 밥을 주며 돌봄을 한다는 사람은 책임감을 최우선에 둬야 할 일입니다.

TNR이 성공적 효과를 이루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좋고 싫음’의 개인적 취향 아닌 성숙된 시민의 가치관입니다. 그래야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이상적 가치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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