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상공인 중에서도 골목상권은 사실 가장 큰 변화를 겪었던 상권 중 하나다. 대형마트가 곳곳에 문을 열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상점이 대세를 이루면서 기존에 형성됐던 골목 상가들은 문을 닫거나 가까스로 자리를 지켰다.  

처인구 김량장동 한 골목을 20년 넘게 지키고 있는 프로세탁소는 그런 변화에서 간신히 비켜간 경우다. 매년 꾸준히 수가 감소하고 있는 업종이지만 프로세탁소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었다. 인근 오피스텔과 빌라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이사 간 손님도 세탁물을 모아뒀다가 프로세탁소를 찾는다. 손님을 부르고 손님을 잡게 하는 그 특별한 힘은 무엇일까.   

◇ 세탁 질로 승부, 보상은 확실하게 
고급 옷은 옷 한 벌만 단독으로 세탁하고, 색깔별, 옷감 특성별로 분류해 세밀하게 세탁하는 프로세탁소만의 철칙은 강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임대순 박경옥 부부는 세탁소를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한 달에 두 번씩 기술세미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기술은 끝이 없다. 언제든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세제나 약품도 끊임없이 개발된다. 세탁의 질로 승부하기 위해서는 평생 배워야 한다는 게 부부의 생각이다. 
때로 세탁 후 옷감이 상하는 등 사고가 났을 때 보상기준을 고객에 맞춰 처리한다는 점 역시 수십 년 단골이 대부분인 이유다. 
“세탁을 하다보면 사고가 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최대한 손님 의견에 맞춰드려요. 저희가 새 옷을 구해다 드리거나 현금으로 보상해드리죠. 워낙 오랜 단골들이라 서로 잘 아내가 때로는 ‘오래 입었다, 괜찮다’ 해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 손님 = 나의 이웃 
기자가 프로세탁소를 찾은 시간은 그나마 덜 바쁘다는 오후 4시경. 그럼에도 한 시간 남짓 시간 동안 손님은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언니 왔어? 여기 셔츠 4벌 맞죠?” “어디 가는 길이에요? 몸은 좀 어때?” 
하나 같이 손님과 상인의 대화 치고는 참 친근한 대화가 오고 갔다. 대부분 손님이 단골이자 친한 이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옷만 봐도 누구 옷인지 다 알 정도다. 
“세탁소 한다고 무시하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고마운 손님들이 더 많죠. 어떤 단골들은 매년 설 추석 때 선물을 꼭 가져다주세요. 저희가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받죠. 추우면 춥다고 따뜻한 음식, 더우면 덥다고 시원한 음식을 사다주세요.”
손님과 유대관계는 세탁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손님 성향을 다 알아서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그에 맞춰 세탁과 수선이 가능하다는 점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식당을 가거나 미용실을 가더라도 단골집이면 손님 취향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듯 세탁소도 마찬가지다. 

◇다른 것 없다. 성실함과 노력이 경쟁력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노하우가 있느냐 물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진심이 담긴 한마디를 전했다.  
“글쎄요. 이건 성실함과 노력 밖에는 없을 것 같아요. 다른 노하우가 따로 뭐가 있겠어요.”
손님과 한번 쌓은 신뢰,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친하다고 다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있다. 실력, 그리고 성실함과 노력이다. 8년 전 세탁소를 믿고 한 단골손님이 대기업 주문을 맡겼단다. 많은 주문량도 성실히 잘 소화해낼 것이라 믿고 소개해준 손님의 신뢰와 실망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한 부부의 노력은 8년 간 꾸준한 거래를 가능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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