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44)·서경(11) 부녀(수지구)

딱 1년 전이다. 어느 주말부터 아빠 이병규 씨 목소리가 커졌다. 자전거를 타자는 일종의 명령(?)이 내려졌다. 11살 나이에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름이나 겨울에는 더더욱 싫다. 하지만 딸 서경이는 아빠 요구에 매번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40대 중반 들어 건강을 챙겨야하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에 이병규 씨는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어릴 적 제법 운동한다는 소릴 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상이 힘겨웠단다. 이 씨는 이것저것 운동거리를 찾다 자전거가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홀로 주행은 외로웠다. 동행인이 필요했다. 그 대상이 첫째 딸 서경이었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큰 딸은 7살에 외할아버지에게 자전거 타기를 배워 아빠 요구를 흔쾌히 수용할 수 있었다. 한번 두 번 이어진 동행이 최근에는 귀찮기도 하지만, 13일 열린 자전거대회에 아빠와 함께 참여할 만큼 내심 즐거워했단다.

서경 양은 "한 살 어린 동생은 아직 자전거를 못타요.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킥보드를 이용하고 있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내년에는 3명이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이병규 씨에게 또 다른 숙제가 생긴 셈이다.

한 달에 한번 정도 탄천을 타고 서울로 향한다는 이병규 씨. 이날 대회에서 서경이와 막바지 그룹에 끼여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록이나 종주보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함께 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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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다시 타기 시작했어요”
이창규(72·처인구 포곡읍 둔전리) 씨

6년 만에 자전거를 다시 타게 됐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소일거리도 찾을 겸, 건강도 챙길 겸 시작한 게 자전거 타기다. 집인 기흥구 상갈동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달렸다. 수십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였지만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함께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인들도 큰 힘이 됐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험과 신나는 여행길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창규 씨는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자전거 라이딩도 어려워졌다. 척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 수술을 해야 했다. 자전거는 더 이상 탈 수가 없었다. 그렇게 6년이 흘렀다.

그 사이 이사도 했다. 집 앞에 나붙은 현수막 한 장을 발견했다. 자전거대회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술 이후 한 번도 타지 않은 자전거를 다시 만지작거렸다. 용기를 내기로 했다. 신청을 마치고 자전거에 다시 올랐다. 시험을 해볼 요량이었다. 10분을 달리고 또 한 시간을 더 달렸다. 견딜 만 했다. 자신감을 찾으니 대회 날이 기다려졌다. 얼른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13일, 아침 일찍 포곡 둔전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용인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수백 명의 사람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곁에는 자전거가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30여분 질주를 마친 이창규씨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불과 한 시간 전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긴장감은 찾을 수 없었다. “내년에 다시 출전할 거냐고요? 글쎄요. 하지만 이제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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