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인성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이 밤도 나는 찾았지
허물어진 그 성벽을.

그 성벽에 서면 달빛마저 구름에 흐릿하고
옆구리를 쑤셔대는
말발굽소리, 창검의 쨍그랑거리는 소리에
휘청거리는 내 그림자.

성벽의 옆구리를 어루만지던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내 그림자를 흔들면
어디선가 화살이 나르고
달빛은 밝았지.

들판을 부는 바람에
아무렇게나 몸을 누이는 들풀들
그리고 멀어지는 이방인의 언어와
귓가로 다가서는 모국어들의 웅성거림.

그렇게 토성은 다시 밝았건만
토성을 닮은 소리의 주인공은
한사코 몸을 낮추니

나는 이 밤도 묻는다, 처인성에서
얼마나 더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세상의 저 탐욕은 겸허함을 배울지,
얼마나 더 많은 방황의 밤을 보내야
그 의인의 소리를 다시 듣게 될지.

※이 시는 지난 3일 용인불교전통문화보존회 주최로 처인성에서 열린 ‘제1회 처인승첩 기념 전국백일장’ 장원 수상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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