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유기견의 공고기한은 10일입니다. 공고기한의 의미는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기간입니다. 그 이후에는 지자체 상황에 따라 입양의 기회를 주게 되는데, 입양이 안 되는 개체는 안락사를 당하게 됩니다. 분양이 이뤄지는 종류는 거의 어린 품종 소형견에 국한돼 있고, 주로 믹스견들은 보호소에서 안락사로 삶을 마치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 지자체 대부분의 유기견 보호의 현실입니다.

용인시동물보호협회는 용인시의 안락사를 지양하는 활동을 수년간 해왔습니다. 그렇다면 다온이 같은 아이도 살려내 가족을 찾아 줘야하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다온이는 유독 가족을 찾아주기 힘들었던 아이입니다. 다온이는 사람을 크게 겁내 경계하는 아이입니다. 사람 손만 닿아도 사시나무 떨듯이 떱니다. 어린 시절부터 길거리를 떠돌며 사람에게 쫓기고 괴롭힘 당하며 상처를 입었던 탓이겠죠. 그래도 다른 개들을 좋아하고, 사람을 물려고 하는 경향이 전혀 없기에 실낱같은 가족 찾기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아이였습니다.

이런 다온이에게 기적과도 같이 품어보겠다는 회원이 한 분 나타났고, 다온이를 조심조심 다뤄 그 댁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그 댁에는 얼마 전에 같은 보호소에서 입양한 유기견 ‘꼬미’라는 5개월령의 아가가 있어요. 기대 이상으로 순하고 착한 다온이는 아가 꼬미의 천방지축 장난을 모두 받아주고 사료 먹는 것도 기다려주며 양보를 합니다.

온이는 보호소에서 미운오리새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마리가 훨씬 넘는 유기견이 보호되고 있는 시 보호소. ‘예쁜 짓을 해야 예쁘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착착 감기며 애교 피우는 녀석을 한번이라도 더 만져주게 되는 것이지, 피하고 도망가고 견사 내 자기가 싼 변을 먹어치운다는 녀석. 그리고 반복되는 설사, 온 약을 쓰며 치료해도 낫지 않는 설사로 견사 관리를 어렵게 하는 이 녀석이 예쁠 리가 있나요.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은, 다온이는 가정으로 가자마자 약을 안 먹고도 설사가 멈췄고, 변도 화장실에 들어가서 싸는 아주 깔끔한 아이였습니다.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다온이는 너무 깔끔하고 깨끗한 성격이라서 자기가 머무르는 좁은 견사공간 내에 배설물이 있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다온이의 보호소 이름은 ‘하늘이’ 였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이름 중 하나입니다. 유기견 봉사를 시작한 후 참 예쁜 이름인 ‘하늘’은 하늘나라를 떠올리는 듯해 이 이름이 싫습니다. 그래서 뜻을 같이한 입양자님은 ‘좋은 것이 다온다’는 의미로 ‘다온’이라 이름 지어 주신 것이고요.
너무도 영리하고 착한 다온이지만 아직도 맘 놓고 사람의 손길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다온이가 사람의 손길을 받아들이기엔 떠돌며 살아온 지난 세월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겠어요. 이러한 입양은 ‘입양’이라기보다 ‘생명구원’ 입니다. 정말 죽을 수밖에 없던 생명을 살려준 것입니다. 하늘나라로 갈 뻔 했던 ‘하늘이’ 였습니다. 이제는 좋은 것들이, 행복이, 다온이 앞으로 다 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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