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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도 잎도 붉게 물드는 마가목
  • 홍은정(생태활동가)
  • 승인 2018.10.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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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큰 나무들은 잎은 물론 꽃도 열매도 보기가 쉽지 않다. 주위를 끌기 힘든 굵은 줄기가 사람들의 눈높이에 보이는 전부이다. 사람들은 달려 있던 것들이 모두 나무에서 떨어진 후에야 ‘아, 여기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자주 볼 기회가 없어 더 아쉽고, 그래서 한번 봤을 때 더 잘 봐두어야 한다. 마가목도 그런 나무이다. 숲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고 보더라도 지나치기 쉽다. 필자도 설악산 어디쯤에서 계단을 열심히 내려오다가 봤던 마가목과의 만남이 기억에 남아있다. 도감에서 보던 식물을 실제로 자생하는 곳에서 보는 것은 정말로 기분 좋은 경험이고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공부가 된다. 연애는 책으로 많이 배워도 실제랑 많이 달라 곤욕을 치를 것이다. 하지만 식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책으로 열심히 공부한다면 숲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마가목은 높은 산,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키가 큰 나무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숲에서 가장 큰나무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크다고 말하면 10m 이상 20m까지의 교목층을 말하는데, 마가목은 10m 이하의 키가 큰 나무 중에서는 작은 나무의 무리인 아교목층에 속한다. 그래도 사람 키를 기준으로 보면 숲은 참 높고도 넓은 곳이다. 꽃은 희고 작은 것들이 우산 모양으로 모여 나기 때문에 보기에 좋고 열매도 빨갛고 탐스럽게 달린다. 요즘은 가로수나 정원수로 많이 심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봄에 핀 꽃이 지고, 지금은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주황색에서 빨강색으로 넘어가는 즈음이다. 열매가 계속 노란빛의 주황색이라면 당마가목이고, 진한 붉은 색으로 익는다면 마가목이다. 더 위도가 높은 곳에 사는 당마가목은 겨울눈에 털이 있고, 그보다 따뜻한 곳에 사는 마가목은 겨울눈이 매끈한 것이 뚜렷이 다르다. 
 

마가목 열매

마가목의 빨갛게 익은 열매로 술을 담근 적이 있다. 은은한 체리향이 나는 짙은 붉은 색 술이 되는데, 술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인정하는 맛이다. 마가목주 하나면 코와 눈과 입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동의보감에는 풍증과 어혈을 낫게 하고, 쇠약한 몸을 튼튼하게 해주며, 성기능을 높이고, 허릿심과 다리의 맥을 세게 하며, 흰머리를 검게 한다고 적혀 있다. 최근에는 마가목이 연골손상을 억제하고 항염증작용이 뛰어나 목이나 허리디스크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정도면 거의 만병통치약이다. 마가목주를 가까이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중 ‘산림분야 협력’이 가장 먼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쉽고 확실한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일 것이다. 가깝게는 내년 여름 폭우로부터, 멀게 보더라도 몇 년 안에 열매를 채취할 수 있다. 그 과정 중에 풀이 자라고 다른 식물들이 들어와 더 풍성한 숲이 되는 것은 덤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북한의 묘목 지원을 위해 산림청, 통일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 중에 있는 상황이며, 시기상 늦어도 10월 중에 마련해 놓은 소나무 등 50만 그루를 식재해야 하기 때문에 남북협력사업 중 가장 최우선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전했다. 식재하는 나무에 마가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풀도 자라기 힘든 허허벌판에 잎이 무성하고 열매도 훌륭한 마가목이 자리를 잘 잡아 좋은 숲을 이루길 기대한다.

홍은정(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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