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린 제22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모습. (사진 출처=용인시의회 홈페이지)

제 8대 용인시의회는 시작부터 각종 기록을 세웠다. 우선 의석수가 역대 최다인 29명이다. 4년전 7대 의회보다 2명이 더 늘었다. 이 중 초선의원이 12명에 이른다. 여성 의원은 무려 15명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최소한 의회에서는 남녀 비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시의회는 양당정치가 균형추를 맞춰 외형적인 견제를 이뤘지만 8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8석을 차지해 의회 이슈 선점 등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을 받는다. 의원 구성을 두고 유권자인 시민들은 기대를 많이 했다. 초선의원에게는 거침없는 의정활동을, 재선 의원에게는 경력을 바탕으로 한 세심함을, 무엇보다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같은 당 소속인 백군기 시장과의 발전적 견제를 통한 ‘품격 있는 정치’도 은근히 바랐다.

100만 대도시로 성장한 용인시에 걸맞은 정치를 선보일 때가 된 것이라 본 것이다. 그리고 100일이 지났다. 애초 기대를 가지게 한 각종 기록이 시민에게 실망을 주는 흑역사로 변모됐다. 이에 8대 시의회 100일간의 민낯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8대시의회 개원식이 열린 7월 19일 의회 모습. 본회의장에는 의원들은 한명도 없고 간부 공무원만 대기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은 애초 개의 예정보다 10시간 가량 늦춰진데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전원 불참한채 반쪽으로 진행됐다.

두 달 넘도록 직무부실 했어요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제8대 의원들은 7월 2일 개원식 이후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이달 5일 기준으로 120일이 지났다. 의회는 그동안 임기 첫날인 2일부터 3일까지 225회 임시회를 시작으로, 7월 19일부터 30일까지 12일간 226회 임시회를 소화했다. 임기 두 달을 넘긴  9월 5일부터 19일까지 15일간 제1차 정례회도 열렸다. 

하지만 이 기간 용인시의회는 반쪽 신세였다. 시작부터 그랬다. 제8대 용인시의회 공식 첫 일정이던 의장단 선거가 열린 2일. 애초 개의 예정 시간이던 오전 10시보다 무려 10시간이 늦춰진 저녁 7시 40여분에야 간신의 개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대 최다 의석수인 29석은 이날에는 18석으로 쪼그라 들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1명 전부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선 의원에게는 데뷔무대이라고 할 수 있는 개원식에도 한국당 의원을 찾지 못했다. 시의회 회의록 자료를 보면 7월 19일 열린 개원식장에서 ‘나는 범령을 준수하고 시민의 권익신장과 복리증진으로…’ 시작하는 의원선서를 한 의원 명단에도 한국당 소속 의원 이름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이후에도 의장단 선거를 두고 민주당이 협치를 하지 않는다며 등원 거부를 이어갔다. 이들의 장외투쟁은 9월 열린 1차 정례회까지 이어졌다. 이렇다 보니 이당 소속 초선 의원은 두 달 넘도록 본회의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상임위 활동조차 할 기회를 잃었다.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17일 기간 동안 열리고 있는 228회 임시회부터 8대 의회는 사실상 완전체가 될 수 있었다.  

의회 일정이 파행을 거듭하자 양당은 상대 탓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분명하건 지방의회 존재의 이유인 대표기관, 집행감시기관 등의 직무에 부실했다는 점이다. 용인시의회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기록의 순간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불참한 가운데 도시건설위원회 이제남 위원과 더불어 민주당 소속 의원들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시 회의 시작이 가장 힘들어요
첫 일정부터 계획된 시간보다 10시간가량 늦춰 개의한 8대 의회는 이후에도 ‘용인시의회용 시각’은 적용됐다. 의회시간에 맞춰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짧게는 수십 분에서 길게는 반나절 이상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정시 즈음에 개회 됐다 하더라도 각종 이유로 회의가 중단되기 일쑤였다. 물론 세수조정, 조율이 필요한 사안일 경우 정회는 불가피하지만 본 주행에 들어간 8대 의회의 초기 궤도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7월 10일 열린 225회 의회운영위원회 1차 회의는 시작 시간보다 20여분 늦게 개의했지만 불과 2분 만에 회의를 중지했다. 이후 4시간 뒤인 오후 2시 5분경 속개해 다시 1분 여만에 중지됐다. 이날 전체 회의 시간은 5시간이지만 사실상 회의가 진행한 것은 1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7월 20일 열린 226회 경제환경위원회 1차 회의도 비슷하다. 애초 계획보다 1시간 늦게 시작된 이날 회의는 개의 시작과 동시에 중지됐다. 이후 회의는 50분가량 열렸지만 정작 회의장에서 의원들이 얼굴을 맞댄 시간은 30분 정도에 불과하다. 이 위원회는 같은달 24일 열린 2차 회의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날 경제환경위원회는 2018년 제1회 일반 및 기타특별회계 추가경정 세입‧세출 예산안 등 총 3건의 안건을 심사했다.

계획된 시작시간보다 30분 이상 늦게 시작된 회의는 불과 20여분 만에 중지됐다. 중지 된 1분 남짓 이 시간동안 양당 간 의견 조율하기에는 부족한데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당 의원이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계수조정이나 일부내용 수정도  이 시간 내에 마무리하는 것도 역부족이다. 당시 회의 기록을 보면 정회 이유는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다. 오히려 상습적인 정회가 원활한 회의를 망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8대에 신설된 경제환경위원회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제 시간에 시작해 알찬 회의를 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기존 상임위가 보여준 회의 모습은 늑장 시작, 빈번한 회의 중지와 비공개 논의, 회의 불출석이 상습적 발생했다. 
   

용인시의회 이건한 의장이 한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용인시의회 홈페이지

업무추진비 의회, 이만큼 사용했어요
7대‧8대 용인시의회가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한 2014년 2018년 8월 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 위원장 업무추진비를 보면 초기 의장단의 행보를 알 수 있다. 특히 8대 의회가 파행을 겪는 동안 씀씀이가 어땠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2014년 7대 전반기 신현수 의장은 8월 한 달 동안 20회에 걸쳐 278만원 가량의 업무 추진비를 사용했다. 이중 등원 의원과 언론인을 대상으로 각각 10회와 5회 식사 해 당시 신 의장은 언론인과 의원 챙기기를 우선 순위에 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이건한 의장은 8월 한 달 동안 신 전 의장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업무 추진비를 사용했다. 이 의장은 이 기간 동안 총 31건에 568만원 정도 사용했다. 이 의장 추진비 사용처를 보면 대부분 직원이 집행대상이다. 신 전 의장과 달리 이 의장은 언론인이나 동료의원과 식사한  기록은 찾기 힘들었다. 이 의장은 화요일에 가장 많이 사용했으며, 이중 8월 17일 의정팀 직원 6명을 대상으로 업무 추진 격려 식사를 하는데 24만3000원을 사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기록만 두고 보면 일인당 4만원이지만 실제 추가 대상자가 있는지는 더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이외 2014년 김기준 전반기 부의장은 8월 한달간 19건에 229만원을 사용한 반면, 8대 남홍숙 부의장은 13건 190만원을 사용했다. 김기준 전 부의장 역시 당시 의장이던 신현수 의장과 비슷하게 등원 의원과 언론인이 주요 대상이었다. 반면 남홍숙 부의장은 언론인과 3차례 식사를 한 것으로 기록돼 이건한 의장과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외 2014년 전반기 자치행정위원장은 5회에 걸쳐 109만원, 복지산업위원장 역시 5건에 55만원, 도시건설위원장 역시 4건에 37만원을 사용했다. 
2018년에는 자치행정위원장 2건 52만원, 문화복지위원장은 2건 25만원 경제환경위원장 1건 32만원, 도시건설위원장은 2건에 42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8대 의회부터 한 개 상임위가 추가됐지만 상임위원장 전체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총합은 7대보다 다소 적다. 

의원인데 아무 말도 못했어요
용인시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의록을 통해 8대 의원 29명 발언 내용을 살펴본 결과 이건한 의장을 제외한 28명 의원 중 초선인 정한도 황재욱 의원이 15회로 가장 많았다. 이 중에는 상임위 간사 및 감표위원으로 짧은 답변이나 해당 상임위 회의 결과를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발언 횟수가 많은 상당수 의원들은 각 상임위 회의에 참석률도 높아 그만큼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별로는 두 달 가량 의정에 불참한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9월 들어서야 첫 말문을 열었으며, 대부분이 2~4회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초선인 이진규 의원은 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만을 통해 확인한 결과 5일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검색되는 발언 내용은 없다. 

초선의원의 실수도 드러냈다. 윤재영 의원은 개원 두 달이 더 지난 9월 12일 교통정책을 대상으로 공식적으로 첫 발언에 나섰다. 하지만 윤 의원이 질문한 용인공영버스터미널 시설유지 관리에 대한 부분은 대중교통과 소관이다. 번지수를 착각한 것이다.  

7월 이후 독자적으로 의회를 운영해 온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10회 가량 발언을 이어왔다. 특히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은 3개월 여 의정활동을 하면서 평균 10회 이상 발언 기회를 가진 것으로 보였다. 

용인시의회에 설치된 모니터를 관계공무원이 지켜보고 있다.

초선, 이제 숨은 발톱 드러내고 싶어요
8대 의회 의원 구성 현황을 보면 초선 의원이 대거 진입했다는 특징도 있지만 재선 의원의 약진도 도드라진다. 실제 4개 상임위 모두 재선 의원이 독차지 했다. 현재 도시건설위원회와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이 교체됐지만 여전히 3개 상임위 수장은 재선 의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초선의원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가려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 두 달이 넘도록 의회가 공회전 하는 동안 초선의원들 마저 정치적 기류에 휩쓸려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진 의원을 비롯해 초선 의원들은  시정질문 등을 통해 같은 당 소속 백군기 행정부에게 돌직구를 던지는가하면, 전자영 의원 역시 현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조직개편과 관련해 부시장을 증인으로 채택, 의회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시의원이 정치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정략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제는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더 활동을 하고 시민들이 필요한 곳을 찾아 갈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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