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함께 시작한 학교, ‘꿈잡기’는 여기서 끝내요
폐교 앞둔 기흥중을 바라보는 마음 “아쉽고, 기대되고”
1977년생인 노해숙씨는 아쉽단다. 기흥구 신갈동에서 20년 조금 넘게 살고 있다는 나상현(1963년생)씨는 아쉬움도 있지만 기대도 커단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인 김현옥(가명)군은 무감하단다.
나이대도, 성별도 다르다. 하물며 거주지도 다른 이들에게서 공통점으로 볼 만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은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분명 공통점이 있다. 기흥중학교. 현재 수원시에 거주하고 있는 노해숙씨는 기흥중학교 1회 졸업생이다. 나상현씨 두 자녀 역시 기흥중학교를 졸업했으며, 나씨가 살고 있는 집은 학교에서 불과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현옥이는 기흥중학교 마지막 졸업생이 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추억의 공간 기흥중학교가 새봄이 오면 문을 닫는다. 그냥 문을 닫는 수준이 아니라 주변 환경 자체가 달라진다. 학교 건물에 얽히고설킨 추억도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물어물어 간신히 연락이 된 노해숙씨는 동기들을 통해 몇 달 전 폐교 소식을 전해 들었단다. 새 건물에서 새 교복을 입고 보낸 학교생활 추억이 여전히 뚜렷하게 남아 있단다.
“너무 아쉽죠. 입학 당시 새 건물이라 기분이 좋았거든요. 남녀 학생이 서로 다른 층에서 공부했던 기억, 태권도를 배웠던 기억, 음악실에서 노래 부르던 기억. 모두 다 생생해요. 졸업 이후에 동창들과 연락을 자주 하기도 했는데 정작 학교에는 자주 못간 것 같아요. 근데 학교가 사라진다니 너무 아쉬워요”
기흥중학교 인근에 살고 있는 나상현 씨. 수시로 들리는 수업 종소리를 들으며 20년을 보냈다. 큰 아들이 2003년 입학한 이후 학교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단다.
“예전에는 쉬는 시간 되면 시끌시끌했어요. 등하교 시간이 되면 인근 신갈중학교 학생까지 더해져 정말 활기가 넘쳤죠. 근데 내년에 폐교된다고 하니 매우 섭섭해요. 종소리도 못 듣는다고 하니 아쉽네요. 둘째도 이 학교 졸업했는데 추억이 많죠. 학교 찾아 간 적도 많았거든요”
나씨는 기흥중학교가 문화 시설로 탈바꿈 할 것이라는 계획에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기흥중학교는 용인 도심권내 1호 폐교 학교일 만큼 주변지역 공동화가 심화돼 주민들은 도시재생 등을 통해 도심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생이 줄어 학교가 폐교될 만큼 이 일대가 많이 낙후됐는데, 학교에 문화시설이 들어오면 많이 도움 될 것이라고 봐요. 이를 계기로 이 일대가 개발되고, 더 살기 좋게 변했으면 하는 마음이 솔직한 심정이죠”
기흥중학교 앞에서 만난 김군은 이 학교 마지막 졸업생 중 한명이다. 또래만한 덩치, 얼굴 곳곳에 자리 잡은 여드름까지 누가 봐도 중학생이다. 김군은 모교 폐교 소식에 특별함 감정이 없단다. 애초 예상한 것과는 큰 차이다. 상대적으로 감정 표현이 서툰 탓일까.
“벌써 폐교 소식을 들은지 1년이 넘었어요.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이제는 빨리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저 뿐만 아니라 친구들 대부분이 다 그래요. 졸업하면 학교가 사라져 친구들에게 학교 이야기를 할게 없을 것 같긴 한데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언 듯 봄기운을 은근히 기대할 즈음인 내년 2월 경. 기흥중학교는 여느 때처럼 졸업식을 가질 것이다. 2015년 기자가 취재 간 졸업식장. 이미 학생 수는 현격히 줄어 졸업생 수는 48명 에 머물렀다. 하지만 학부모 평생교육 꿈마미 사군자반은 ‘나의 좌우명’을 졸업생 한명 한명에게 전달했다. 후배들은 허전한 졸업식장을 화사하게 꾸몄다.
당시 권금자 교장도 “기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큰 그릇에 큰 꿈을 담는 기운 찬 학생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4년 뒤인 2019년 2월 경 기흥중학교 졸업식장. 1회 졸업생인 노해숙씨도, 두 아이의 학부모였던 나상현씨도 마지막 졸업생 현옥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해주는 건 어떨까.
“글쎄요. 울지 않을 것 같아요. 학교는 사라지고, 건물도 변하지만 그래도 같은 고등학교에 갈 친구들은 남아 있거든요” 현욱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