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3년 만에 나타났다. 지난 9월 7일 쿠웨이트에서 귀국한 환자가 메르스 확진 환자로 확인되면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메르스는 2015년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2015년 메르스는 186명의 감염자를 발생시켰고 38명의 귀중한 생명을 빼앗아갔을 뿐 아니라 경제에 큰 영향을 줘 10조원 이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환자 정보가 통제되면서 의료진들도 메르스 위험을 알지 못한 채 노출됐고,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의료기관의 대응능력이 좋아지고 감염자들을 하나둘 발견하고 격리조치하면서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사이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2018년 메르스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몸이 안 좋은 상태로 귀국한 환자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초기 격리 조치에도 성공하고 메르스 확진 후 서울대병원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았다. 공항 검역당국에 질병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 옥의 티라고 할 수 있지만 메르스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을 경험한 학습효과로 최소한의 방어조치를 국민 스스로 시행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며칠 동안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 메르스는 이렇게 쉽게 제압될 수도 있는 조절 가능한 감염병이다. 우리가 어떤 대응을 하는가에 따라 국가적 재난이 될 수도 있고 찻잔 속의 미풍으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 감염병의 속성이다. 이번 메르스 환자 발견은 우리 주변의 감염 관리 상황에 대한 재점검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은 지원을 통한 보강 작업이 필요하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격리 조치를 당할 경우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되며 의료기관 역시 감염 예방 조치에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는 유급휴가를 준 사업주에게 격리기간 동안의 급여(하루 최대 13만원)와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자영업자인 경우 긴급복지 생계지원금(2018년 1인 가구 기준 43만원)을 지원했다. 더 큰 피해를 위해 희생하는 당사자들에게 지원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들의 협조를 얻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지원이다.

2015년 메르스 유행시 국민들을 놀라게 한 것 중 하나가 정부가 정한 감염관리료가 500원이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질병 예방에 인색하니 의료기관도 힘쓰지 못한 것이다. 메르스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감염 사고들은 한국 의료의 현실을 보여준다. 의료기관이 감염 관리에 힘쓸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할 수 없다면 지방 자치단체에서 재정을 투입해 안전한 의료기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시민 건강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기관도 감염병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의료기구들이 일회용으로 바뀌고 있고 철저한 소독이 강조되고 있다. 감염 예방 조치에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싸고 빠른 의료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보다 안전한 진료 환경을 위해서 투자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국민들 역시 개개인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서 메르스를 비롯한 감염병을 예방해야 한다. 만병통치약처럼 통하는 ‘손 씻기’는 모든 감염병을 예방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병원뿐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정부도 세정제를 곳곳에 비치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가장 쉬운 손 씻기,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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